자금성 스타벅스 퇴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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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 베이징 자금성(紫禁城) 내에 있는 미국 커피전문체인점 스타벅스(사진)의 구궁(故宮.자금성의 별칭)지점 철수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지점은 1999년 문을 열었다. 이번 사태는 중국 중앙방송국(CC-TV)의 영어 채널인 CC-TV9의 루이청강(芮成綱) 앵커가 1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루이는 "구궁 안의 싱바커(星巴克.스타벅스의 중국식 이름)는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한 뒤 "개인 명의로 싱바커 측에 항의 서한을 보내 구궁에서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에도 미국 방문 중 우연히 스타벅스의 제임스 제럴드 회장을 만나 구궁에서 스타벅스를 철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루이는 "당시 제럴드 회장은 검토한 뒤 결과를 통보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회신이 없다"고 주장했다. 파문이 커지자 스타벅스 측은 17일 "구궁 내의 스타벅스는 주변과의 조화를 위해 외부 입간판도 철거하는 등 눈에 띄지 않게 영업해 왔기 때문에 구궁의 경관을 해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계약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영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궁 관리권을 갖고 있는 구궁박물관의 펑나이언(馮乃恩) 대변인은 18일 "싱바커 매장이 입주한 곳은 전시 장소로는 적합지 않아 임대한 것"이라며 "싱바커 매장의 존치 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미관 재정비계획에 따라 늦어도 6월 안에는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펑 대변인은 그러나 "박물관 당국은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한편 방문객들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서비스 접근권을 제공해야 한다"며 스타벅스 철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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