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업 규제 푸는 데 앞장서는 법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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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법무부가 변했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탐방하고, 기업을 지나치게 옥죄는 것으로 평가받는 상법개정안도 합리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한다. 경제부처보다 경제와 기업을 더 걱정하는 모습이다. 기업의 그늘진 곳을 캐는 데 열중하던 과거의 법무부가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그 중심에는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있다.

김 장관은 법무부 시무식에서 "경제의 발목을 잡는 법과 규제가 있거나 기업이 불편을 느끼는 제도나 관행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선 "창업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폐지하고, 소송 남발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상법 등의 개정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기업인들은 "놀랍고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김 장관은 과거 분식회계를 고백하는 기업은 형사처벌을 면제하겠다고 했고, 전.월세 인상률을 5%로 묶는 여당의 제안을 재산권 침해라며 거부했다. 시무식 때의 약속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이 아름답다. 김 장관은 "법무부는 경제부처가 아니어서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경제부처 장관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애쓰는 동안 정작 그 일을 해야 하는 경제부처의 수많은 코드 장관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경제부총리는 수도권 규제를 몇 개월째 주물럭거리며 해당 기업의 속을 새까맣게 만들고, 공정거래위원장은 틈만 나면 기업을 옥죄는 데 앞장서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반성해야 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기업환경은 홍콩(5위).일본(11위).태국(18위)에 뒤처지는 23위다. 기업은 각종 규제로 해외로 떠나고, 분초를 다투는 투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늦춰지고 있다. 고용을 늘리고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이 바로 애국자다. 경제부처들은 허울 좋은 코드를 털어 버리고, 법무부의 실용적 정책관을 본받아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동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