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정권」 앞날에 먹구름/지방선거 또 패배한 독 기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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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민당에 3연패… 인기 급전직하/자민 일부에선 연정탈퇴 주장까지
독일의 콜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이 또다시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1백21개의 의석을 놓고 2일 실시된 함부르크 시의회선거에서 사민당이 61석으로 과반수를 획득한데 비해 기민당은 44석에 머문 패배를 당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인 헤닝 포셔라우 함부르크 시장의 소감처럼 이번 사민당의 승리를 「콜정권 교체로 향한 진일보」로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승리했던 콜 총리의 기민당은 이로써 지난 1월의 헤센주,그리고 지난 4월21일의 라인란트­팔츠주의회선거에 이어 이번까지 사민당에 내리 3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게다가 기민당은 현재는 일단 잠잠해졌지만 자매정당인 사민당(ISU) 및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자민당과의 내공으로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비해 사민당은 지난 4월 콜 총리의 출신주인 라인란트 팔츠주의회 선거에서의 승리를 계기로 면모를 일신,대약진을 하고 있다.
구동독지역을 방문했던 콜 총리가 달걀세례를 받고,심지어는 시위군중과 멱살잡이를 한데서 드러나듯 통일이후의 구동독지역의 경제적 어려움과 선거공약을 깬 세금인상으로 콜 총리와 기민당의 인기가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있다.
반면 사민당은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브레멘에서 개최됐던 전당대회에서 이미 총재로 내정됐던 비외른 엥홀름슐레스비히 홀슈타인주지사(52)를 97.5%라는 사상최고의 찬성으로 새 총재로 선출,세대교체에 성공하는등 단합을 과시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이밖에 모든 역량을 결집,구동독의 위기를 극복하는등 내적인 통일을 완수할 것과 연방군을 평화목적인 경우에 한해 유엔평화기지군 소속으로 해외파병을 허용할 것 등을 결의했다.
이같은 사민당의 강령들은 내적으로는 통일이후,외적으로는 걸프전 이후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콜정부의 「실정」에 대한 대안의 성격으로 제시된 것이어서 독일국민들의 관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번 선거결과와는 별개로 최근들어 사민당의 인기가 상승하고 기민당의 인기가 떨어지자 현재의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자민당 일각에서 연정탈퇴 주장이 공공연히 일고 있어 향후 독일정가의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묄레만 경제장관의 입을 통해 최근 중점적으로 나왔는데,그는 7월까지 자신이 주장한 10억마르크에 달하는 정부의 보조기금 철폐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장관직을 사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술 더 떠 그는 2일 사민당측에 구체적인 연정조건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물론 자민당의 실질적인 지도자인 겐셔 외무장관은 이같은 연정탈퇴주장을 「터무니없는 경거망동」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람스도르모 총재등 자민당 수뇌부에까지 이 문제가 공공연히 논의되고 있어 콜 총리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어쨋든 콜 총리와 기민당이 이날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나 자민당의 눈치를 볼 정도로 초라해진 것은 「조세인상을 안하겠다」는 선거공약을 지키지 않은데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이를 밥먹듯 하고 있는 우리 정치인들에게 커다란 귀감이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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