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에 올바른 한국상 심을 터"-「한국문화 연구재단」 설립 재일실업인 한창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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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재일 한국인실업가 한창우씨(60·마루한 코퍼레이션사장)는 일본 내에서의 올바른 한국상 정립에 대단한 집념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6년여간 품어왔던 이 같은 그의 뜻은 지난해 12월 사재 3억엔을 들여 설립한 「한국문화연구진흥재단」활동에 들어감으로써 본격적인 모습으로 실현되기 시작했다.
재일한국인이 설립한 재단법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문부성의 인가를 받아 주목을 끈 이 재단은 한국의 역사·문화 등에 관한 연구활동을 하는 일본내 학자·단체들의 연구자금을 지원하겠다는 한 이사장의 뜻이 담긴 것.
45년 14세의 나이로 일본에 건너갔던 한 이사장은 갖은 고초끝에 빠찐꼬·볼링장·헬스센터 등을 경영, 오늘날 연간 1천2백억엔의 매출을 올리는 유수 레저업체 마루한 코퍼레이션을 이뤄냈다.
사업에 몰두하면서도 그는 늘 『한일 양국이 우호·동반의 시대에 왔다고 하지만 일본인들이 그들의 문화에 영향을 준 한국에 대해 무지해 이유 없는 우월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 『그들에게 올바른 한국의 역사를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해왔다』는 것이다.
한 이사장은 이 재단이인가를 기다려야했던 88년7월부터 이미 청구문화사를 설립, 그간 일본사람들에게 한국의 역사·한일관계사를 인식시킬 수 있는 계간잡지 『청구』를 8권째 발간해왔다.
또 재단 설립 직후인을 2월에는 한일관계를 집중 조명하는 「청구학술논집(제1집)」을 별도로 퍼냈다.
이 논문집에는 「일본서기의 외국관-고구려를 중심으로」「한국의 중학교국사교과서에 보이는 근대 일본상」 등 7편의 논문이 실려있는데 『일본내 대학·연구단체·학자들에게 보급돼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일본인·재일한국인 학자 등 일본내 한국통들이 재단이사·평의원으로 대거 참여하고 있는 이 재단은 이미 지난3월 올해의 한국학 연구지원 대상자를 선정, 개인·단체 등에 각 1백만∼2백만엔씩 총 1천2백만엔을 지원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 재단에 10억엔까지 기금으로 내놓을 예정』이라는 한 이사장은 한국내 학자들의 일본관련 연구논문도 일본에 소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 재단의 설립을 널리 알리는 모임을 28일 오후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이어령 문화부장관·이수정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야나기 겐이치 주한일본대사·국내 학자 등 2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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