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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좀 더 넓게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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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선 한.미 FTA는 아시아 지역에서 자유무역의 수준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오늘날 이 지역에서는 범아시아.태평양 지역 FTA, 아세안+3 FTA, 한.일 FTA 등 다양한 종류의 FTA가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실질적 내용보다는 상징적 성격이 더 강하다.

아시아 국가들은 자본 이동, 해외 직접투자, 수출 등에서 여전히 미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국가는 처음부터 농업이나 서비스 분야 등에서 적잖은 예외규정을 두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 결국 양측 모두 별 실익이 없는 FTA가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한.미 FTA가 성공한다면 이 지역에서 가장 수준 높은 거래 자유화와 경제적 통합을 이루게 될 것이 분명하다.

둘째로 한.미 FTA는 앞으로 아시아의 세력 균형 판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협상 결렬은 북한에 나쁜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다. 북한은 "한.미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하며 북핵 문제 등에서 보다 강경한 태도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반대로 협상이 성공한다면 한.미 양국 모두 지역 내 영향력을 크게 높이게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한국이 '동북아 균형자'로 자리 잡는 데 한.미 FTA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셋째로 한.미 FTA는 양국 경제에 커다란 활력소가 될 것이다. 미국과 FTA를 맺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의회가 협상의 모든 과정을 깐깐하게 감시하고 있다. 미국 협상단의 한 관리는 "FTA 협상은 마치 치아를 치료하러 치과에 가는 것과 같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일단 협상이 타결되면 당사국은 무역과 투자 부문에서 엄청난 혜택을 곧바로 얻게 된다.

이는 단지 무역장벽이 낮아져서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안도감이다. 노 대통령의 '동북아 허브 구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해외 직접투자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었다. 투자자들은 기존의 북핵 문제 변수에 더해 론스타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과연 개방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투자를 꺼려 왔다. 하지만 한.미 FTA를 성공적으로 매듭짓는다면 엄청난 신뢰도 상승이 뒤따를 것이다.

한.미 FTA는 미국에도 적잖은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최근 여러 가지 국제정세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이 새로 지배하게 된 의회도 마찬가지다. 많은 전문가는 앞으로 FTA가 의회를 통과하기 훨씬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 의회가 한.미 FTA를 최종 비준하게 된다면 자유무역에 대한 미 의회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인해 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양국 협상단은 이번 주에도 옥신각신 협상을 계속할 것이다. 아직도 쟁점은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할 게 있다. 특정 사안에만 몰입하지 말고 좀 더 넓게 보면서 한.미 FTA의 전략적 가치를 거듭 되새겨야 한다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국가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이란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리=박신홍 기자
마이클 그린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