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세,낙관은 이르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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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 경제가 크게 어려워지리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1·4분기 실질성장률이 8.9%를 기록했다 한다.
이같은 성장추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두고보아야 알일이지만 일단 민생문제의 기초가 되는 경제가 연초부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성장의 내용이 수출증가와 제조업의 신장,그리고 과소비의 진정을 동반한 것이어서 지난해에 비해서는 훨씬 건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경제를 궁지에 몰아 넣고 경제의 흐름을 왜곡시킨 요인들중에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수출부진과 제조업의 위축,과소비 풍조의 확산이었던 만큼 이들 장애요인이 해소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이같은 현상을 놓고 일부에서는 이미 우리경제가 89년 이래의 어둡고 불안스런 방황을 끝내고 정상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성급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1·4분기의 경제운용 실적이 상대적으로 지난 2년간의 실적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건실해졌다고는 해도 그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아직 낙관적인 측면보다는 불안요인이 더 많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성장이 8.9%에 달했다 하나 그 내용은 여전히 건설을 중심으로한 내수경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기본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의 성장률은 22.7%로 제조업의 3배를 웃돌고 있다. 제조업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하나 호황을 보인 업종은 주로 건설업과 관련이 있는 부문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서 수출보다 내수에 더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수출이 늘고 있는 요인도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이라는 구조적인 토대가 마련됐다기 보다는 걸프전 후의 일시적인 중동 경기회복과 동구시장의 새로운 수요에 힘입은 것이다.
반면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할 미국·서유럽,그리고 일본등 기존의 시장에서는 우리상품들이 계속 밀려나고 있는 추세다.
대미 무역거래가 적자로 돌아서고 대일 무역적자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수출기반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들이다.
수출이 8.7% 증가한데 비해 수입이 18.7%나 늘어 대외역조 구조가 전혀 개선기미를 보이지 않을뿐 아니라 수입의 내용도 수출용 원자재보다는 내수용의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는 아직도 허약한 대외경쟁기반을 벗어나지 못한채 내수경기로 현상을 유지해 나가는 상황이다.
더욱이 내수경기 마저 정부가 건설부문에 대한 진정책을 펴는 경우 그 파급영향이 제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 위에 물가불안과 사회적 혼란,노사분규등 언제라도 경제의 기반을 뒤흔들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1·4분기의 경제실적이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그 가능성을 살려나가는 것은 앞으로의 노력여하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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