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붕어」 설쳐 「한강붕어」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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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방생 물고기 모자라 연 백만마리 사용/덩치 작으면 잡아먹고 커도 마구 공격
불교의식의 하나인 방생을 통해 육식성 수입어종인 「월남붕어(블루길)」가 대량 번식되면서 붕어·피라미 등 토착 민물고기들이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부처님 오신날인 21일의 경우 한강 광나루변 대한불교방생법당(이건호 법사·52)은 모두 5만마리의 잉어·거북 등을 방생했는데 이중 80%가 붕어와 모양만 비슷한 「월남붕어」였다.
법당 사무국장 천근호씨(45)는 『방생수요 급증에도 불구,최근 자연산 붕어를 구하기 힘들어 붕어와 비슷한 모양의 「월남붕어」를 구입해 방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씨는 『이 법당에서 연간 5백만마리의 물고기를 방생하고 있으며 이중 20%정도인 1백여만마리가 「월남붕어」』라고 말했다.
속칭 「월남붕어」로 불리는 블루길은 지난해 서울시가 수도권 11개 대학에 의뢰,연구 조사한 결과 한강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드러났었다.
당시 조사연구에 참여했던 상명여대 전상린 교수(56·생물학)는 한강 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인위적 한강개발 ▲오·폐수 유입과 함께 육식어종 방류를 들고 『이같은 무분별한 방생이 중단되지 않으면 토착어종이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87년 조사때 46종이던 한강 물고기가 지난해에는 25종이 멸종되고 블루길 등 21종만 확인됐다.
전교수에 따르면 북미가 원산지인 블루길은 치어등을 닥치는대로 잡아먹고 큰 물고기도 공격하는 등 육식성이 강해 일단 강물에 방류되면 다른 물고기들이 배겨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블루길의 특성 때문에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도입당시 어류학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30년이상 순화·적응기간을 거친뒤 일정한 강지류를 지정해 양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수산청이 69년 일본에서 5백10마리를 처음 도입,82년 치어 5만마리를 팔당호에 방류했으며 강력한 번식력에 따라 양식이 늘고 있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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