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용병술…주민이 주인…제주 구단을 한국의 레딩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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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한국의 레딩으로 만들겠다."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 정해성(49.사진) 감독의 새해 결의다. 정 감독은 연말 휴식기에 영국으로 날아가 설기현이 뛰고 있는 레딩 구단을 벤치마킹했다. 설기현의 주선으로 스티브 코펠 감독을 만났고, 인구 15만 명에 불과한 레딩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레딩이 창단 137년 만에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과정과 구단 운영 방식을 꼼꼼히 살폈다.

처음 맞부닥친 프리미어리그 스타들 속에서 주눅 들기 쉬운 선수들을 '질책보다는 칭찬'으로 다독이는 코펠 감독의 용병술이 가슴에 닿았고, 선수들이 지역 행사나 사회 봉사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정 감독은 '도민 속으로 찾아가는 구단, 도민이 주인이 되는 구단'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주는 지난해 12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황호령(22.오현고 졸) 등 무려 5명의 제주 출신 선수를 뽑았다. 정 감독은 이들을 '조랑말 다섯 마리'라고 부르며 특별한 애정을 보인다. 제주는 지난해 여름 성남 일화에서 심영성(20.제주제일고 졸)을 영입했다. 뛰어난 자질이 있으면서도 경기에 나설 기회를 잡지 못했던 심영성은 제주에 온 뒤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심영성은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서도 주전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제주 선수단은 브라질 전지훈련을 앞두고 다음주 3박4일 일정으로 '해안선 일주 투어'를 한다. 조천.외도.성산.남원 등 12곳을 찾아 봉사 활동과 축구 클리닉 등을 하는 행사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남(山南)과 산북(山北)으로 나눠져 대립하고 있는 제주도 민심을 하나로 묶는 데도 축구단이 앞장서기로 했다. 서귀포에 있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주경기장으로 쓰되 제주시에 있는 공설운동장에서도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현재 제주 공설운동장은 잔디를 교체하고, 야간 경기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정 감독은 "레딩 선수들에게서 '다시는 챔피언십리그(2부)로 내려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선수들과도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살리고, 홈에서는 반드시 이기는 팀을 만들자'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제주=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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