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외환위기 심각 경제파국 우려도”/미CIA 「급속한 악화」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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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련은 지불날짜가 다가온 단기 외채상환과 생필품의 수입을 위해 금년에만 2백억∼3백억달러 규모의 차관과 외국정부의 지불보증이 필요하나 미국을 포함,서방국들이 더이상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아 외환위기를 맞고 있다고 미 CIA가 분석했다.
미 CIA의 조지 콜트 소련 분석국장은 미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소련경제 규모가 금년에만 10∼15% 줄어들고 1백% 이상의 인플레를 겪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소련경제는 지금 해체과정에 있으며 역사적인 파국 국면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소련이 지금 경제개혁을 시도한다 해도 상당기간 시련이 지속될 것이며 이조차 안한다면 소련경제의 미래는 전면적인 붕괴를 맞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련이 외환위기를 맡고 있는 것은 단기차관을 주었던 서방국들이 소련의 경제상태를 우려,상환기간 연장을 거부하고 있는데다 수입대금 체불에 따른 독촉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련은 총 4백억달러의 상업차관 가운데 그 절반정도를 앞으로 1년내에 갚아야 하는 처지이며 수입대금 체불금도 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소련은 지난해 이탈리아·독일·프랑스로부터 공공차관을 얻었는데 이 차관은 이들 나라로부터 소련이 수입한 상품값을 지불치 못해 해당 정부가 이 빚을 갚는 조건으로 빌려준 것이다.
미 CIA는 청문회에 낸 보고서에서 소련은 지난해 미국 정부가 생필품 구입을 위해 지불보증을 해준 10억달러를 포함,서방세계의 정부 보증으로 1백40억달러의 돈을 빌렸다고 밝히면서 이중 3분의 1은 한국과 아랍국가들이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소련경제를 지탱시켰던 전통적인 규율이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는데 반해 시장경제의 규율이 이를 대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인 공업용품의 부족,상품분배체계의 붕괴,중앙정부의 적자예산 등이 소련경제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소련경제는 작년보다 금년이 더 악화될 것이 확실하며 그것도 급속하게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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