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후보사퇴 탤런트 “말못할 사정”/정순균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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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강경대군 치사사건와중에서도 광역의회선거의 승산을 겨냥해 당력을 기울이고 있던 신민당이 한 TV탤런트로부터 뒤통수를 얻어맞고 망연자실해 있다.
바로 엊그제 서울 양천갑 광역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던 TV탤런트 임채무씨(42)가 이틀만에 출마의사를 번복하고 나선 것이다.
가뜩이나 광역의회선거 인물난때문에 고심해온 신민당으로서는 그의 출마선언은 백만원군을 얻은듯한 경사였고 그래서 자랑스럽게 지난 13일 언론에 발표까지 했었다. 임씨 자신도 이날 신민당 기자실에 직접 나타나 출입기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아낌없는 지원요청까지 했었다. 그는 『인기탤런트가 야당으로 나와 어려움이 없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슴없이 『요즘 세상에 그런일 있겠느냐』고 웃어넘겼다.
그런 그가 이틀만에 「말못할 사정」을 내세워 도중하차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임씨는 출마사실이 일제히 보도된후 이틀만인 15일 오후 갑자기 부인을 지구당위원장인 양성우 의원에게 보내 이같은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아침에는 그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 『지금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말못할 사정이 있다』고 전제,출마의사를 번복한후 지방촬영을 이유로 행방을 감추고 말았다.
이것이 지금까지 밖으로 드러난 출마선언­번복의 전과정이다.
물론 민주국가에서는 개인이 자유의사에 따라 한번 결정한 사실을 얼마든지 뒤바꿀 수는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의 도중하차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옥죄임을 당한 결과라는 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는 점이다.
당장 신민당 주변에서는 「외압설」이 튀어나오고 있다. 본인이 그동안 강력하게 출마를 바랐고 신민당에 입당한후 당의 적극적인 지원까지 요청했던 임씨가 이틀만에 출마의사를 뒤집은 이유는 「외압」한가지 외에는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추측은 삼척동자라도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 의회선거에 한자리가 새로운 마당에 당선가능성이 높고 신민당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임씨가 야당후보로 나선것을 곱게 보지 못하는 쪽에서 「말」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쉬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이 신민당 주장대로 「공작정치」인지 아니면 단순히 주변친지나 관련단체들의 기피인지는 알 수 없으나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것만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런류의 무형의 압력이 우리사회에 엄존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건 강군사건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또다른 정치왜곡의 조짐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우리 모두는 그같은 외압설이 사실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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