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견해도 존중하는 풍토(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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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연세대 김동길 교수와 시인 김지하씨의 시국관련 발언에 대한 논란은 김교수가 사표를 내고 김씨가 민족작가회의로부터 회원자격을 정지당하는 사태로까지 발전되었다.
우리는 이런 사태의 원인이 된 두김씨의 발언내용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는 아무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두 김씨가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이 그들의 자유이고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듯이 그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 역시 보장되어야 할 자유이고 권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두 김씨의 견해에 논란의 대상이 될만한 내용이 내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동길 교수는 『화염병이나 돌을 던지지 않는 학생들에게 경찰이 최루탄을 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고 했는데 이는 듣는 쪽에 따라서는 학생들이 화염병과 돌을 들고 나오게 한 원인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학생들의 과격성만 문제삼는 편파적인 견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 『대학에 입학한지 2개월밖에 안된 신입생이 현 사회에 대해 얼마나 문제의식을 느끼고 행동했길래 그를 열사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발언도 동료의 죽음에 의분을 느끼고 있는 학생들로부터는 반박을 받을만한 내용이다. 이밖에 「배후조종한 사람들이 그를 민주열사로 만들어 또다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발언도 강군의 죽음에 배후조종자가 있다고 단정하고 있을뿐 아니라 그후의 사태전개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어서 역시 입장에 따라선 강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김지하씨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면서 『기다림과 겸허한 모색』이 마땅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그것은 그의 판단일뿐 다른 사람들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김씨가 『남의 죽음을 제멋대로 부풀려 정치적 목표아래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나 시체선호증이라고 공박한 것에 대해서는 과장되고 감정에 치우친 주장이란 반박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발언내용 자체의 시시비비에 대해서는 별로 간여할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다양성이 존중되어야할 민주사회에서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인사의 발언에 대해 논란이 이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이고,또 토론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하다고도 보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왜 그 논란이 논쟁의 범위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사표나 자격정지와 같은 사태로까지 발전하느냐 하는 것이다. 민주사회라면 이런 의견도,저런 의견도 자유로이 발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교수와 학생이란 특수한 관계에서의 도리문제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김교수의 견해를 반박하면 그뿐이지 「김교수의 용단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식의 대응은 독선적이고 비민주적 행태가 아닌가하는 것이다.
김지하씨에 대한 민족문학작가회의측의 대응도 마찬가지다. 같은 회원내에서도 현 시국에 대한 인식과 문제해결 방법에 대한 견해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만약 김씨의 견해가 민족문학작가회의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오해될 우려를 느꼈다면 김씨의 견해는 단체적 견해가 아니라고 밝히면 그뿐이지 회원자격정지까지 할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이러한 대응들은 자신들 스스로가 그동안 주장해온 표현의 자유확대나 민주화의 논리에 모순될뿐 아니라 우리 국민 대다수가 지향하는 가치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보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교과서에서 민주주의란 어떤 확정된 가치를 무조건 따르고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로이 자신의 견해를 발표하며 진리에 접근해 나가는 그 과정 자체라고 배웠다. 그렇다면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고 해서 논리적 반박이상의 압력을 가하는 것은 설사 그것이 제도적·물리적 억압이 아니라 하더라도 명백히 민주주의적 가치에는 배치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분명히 하지만 우리는 두 김씨의 주장에 대한 찬반의 차원에서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는 어떠한 의견발표도 자유로울 수 있는 사회분위기와 토론의 도덕성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존 슈튜어트 밀의 다음과 같은 견해를 오늘의 이 시점에서도 옹호한다.
『비록 한 사람을 제외한 전 인류가 동일한 의견을 가지고 있고,단 한사람만이 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전 인류가 그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은,단 한 사람의 권력자가 전인류를 침묵시키는 것의 부당함과 꼭 마찬가지로 부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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