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볼모<K-TV 불방 사태> 평행선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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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KBS-TV드라마·코미디 프로그램의 불방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인 가운데 시청자를 볼모로 한 KBS와 한국방송작가협회(이사장 김수현)의 싸움이 도에 지나쳤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TV방송프로그램의 저작권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채 지난달 25일 이후 보름간의 파행방송 속에서의 거듭된 협상이 좀처럼 타결될 기미가 없어 시청자들만 골탕을 먹고있다.
이 때문에 사전예고나 설명도 없이 KBS-lTV 인기 드라마 『서울뚝배기』,2TV 드라마 『야망의 세월』『TV 손자병법』등이 방송되지 못하고있다.
결국 양측의 견해가 쉽게 좁혀지지 않아 8차에 걸친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지난6일 작가협회 측은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위원장 장인숙)에 조정신청을 냄으로써 양자간의 자율적 결정은 어렵게 됐다.
더욱이 변호사·교수 등 각계인사 l5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의 조정기능도 양측의 입장 정리 등에 따른 절차문제로 빨라야 다음주 초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여 이래저래「시청자들의 볼 권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보될 전망이다.
작가협회의 집단행동이후 양측은 지금까지 서로의 의견을 조정한 끝에 대부분의 조항에 합의를 해놓은 상태이나 비디오물 복제·배포의「이용권」에 있어서는 피차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협상타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협약체결 때 KBS측은「KBS가 이용권을 가진다」는 조항을 넣자는 요구를 하고 있는데 반해 작가협회 측은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는데 있다.
작가협회 측은『KBS측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가장 중요한 작가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게된다』며『저작권법에 영상제작자가 이용권을 가진다는 조항은 방송사만 이용권을 가진다는 것이 아니라 작가도 지분을 갖고 있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KBS 요구조항이 KBS측에 이용권이 있으니 방송사 마음대로 이용해도 좋다는 독소조항이 될게 뻔한데 굳이 뭣 때문에 이같은 내용을 받아들이겠느냐는 얘기다.
KBS측의 입장은 또 다르다.
『작가들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작가협회에서 주장하듯 방송작가가 집필한 방송프로그램의 국내외 배포권에 있어 협회 측의 자의해석이 말썽의 소지가 된다』고 말한다.
지난1월 MBC와 맺은 단체협약에도 들어가 있는 배포권을 놓고 원래 방송사가 국내외에 배포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배포권을 마치 협회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해석하고 있어 MBC와 적지 않은 마찰을 빚고있는 점을 감안, 대응책을 마련해두지 않을 수 없다는 게 KBS측의 입장이다. KBS측은 복제·배포할 때 작가 지분으로 일정률을 지급하겠다고 밝히고있다.
KBS 측은 또『TV방송프로는 작가만의 영상물이 아닌 연기자와 조명·미술관계자 등 많은 사람이 참여해 만든 종합산물인 만큼 어느 한편의 권리인정은 다른 여러 분야 종사자들과의 또 다른 갈등요소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방송위원회는 드라마 중단사태와 관련, 8일「방송위원회의 의견」을 내고『방송은 어느 특정단체의 소유물이 아니므로 하루빨리 협상이 타결돼 방송이 정삼화 돼야한다』고 촉구했다.
김우룡 교수(48·한국외국어대 신방과)는『정규방송의 차질은 경영을 맡은 KBS에 l차적 잘못이 있다』며『그러나 시청자 발목을 잡고 프로그램 방송도중에 집단행동에 나선 작가협회의 양심에도 큰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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