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설움 씻은 홈런 한방|경북고 8강 이끈 박성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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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까운 재능을 뒤로 한채 자칫 좌절과 방황의 나락으로 추락할 했던 야구 유망주가 제25회 대통령배 고교 야구에서 찬연히 되살아나고 있다.
경북고 포수 박성수 (18·3년).
박성수는 3일 벌어진 강호 군산상고와의 2회전에서 발군의 타격과 빼어난 투수 리드로 팀 승리에 결정적 공헌을 세우며 히어로로 떠올랐다.
박은 이날 완벽한 투수 리드와 철벽 수비로 막강 방어망을 구축했고 2-2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던 5회 초에는 홈런을 터뜨려 팀 승리에 기폭제가 된 것이다.
박의 이날 활약이 더욱 돋보인 것은 지극히 어려운 가정 환경으로 가계를 이끌기 위해 지난 3, 4월 두달간 야구를 떠났다가 학교측의 간곡한 권유로 그라운드에 다시 돌아온지 1주일만에 거둔 값진 수확이기 때문.
6세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권상렬·56)와 누나·남동생 등 네 식구가 대구 동인동의 단칸 사글셋 방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박은 기울어 가는 가계를 장남으로서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남편과 사별 후 갖은 풍상을 겪어오면서 세 남매를 뒷바라지해오던 어머니가 지난 3월초 심부전증으로 쓰러지면서 끼니를 이어오던 포장마차마저 운영할 수 없게됐기 때문이다.
대구 중앙국교 5년 때 단지 운동을 잘한다는 이유로 야구에 입문한 박은 지난 3월 대구시
예선 대회에서 포수로는 드물게 최우수선수로 뽑혀 팀의 기둥으로 부상했으나 어머니의 병원 비를 마련키 위해 포장마차를 끌고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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