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잃은 기업, 도태는 시간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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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기업에 있어서 신의는 그 기업의 생명이며 영구히 지켜나가야 할 가치다. 그것은 한번 잃게되면 깨진 항아리같이 좀처럼 원상회복이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이 고귀한 신의란 가치를 너무나 소홀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도 큰소리치고 다시 조업을 시작한 두산전자의 제2차 페놀유출사건을 보고 분노와 경악을 느끼기 이전에 기업의 생명인 신의 가치수준의 한심함에 허탈해진다. 아마도 이런 기분은 2백30만 대구시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도 함께 느꼈을 것이다.
너무나도 큰 충격과 소동을 불러왔던 대형사건의 마무리가 고작 이런 수준이니 국민들은 이제 기업의 무슨 약속을 믿을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1차 사건이후 내려진 조업정지 명령이 수출차질을 이유로. 조기해결 될 때도 앞으로 파생될 부작용과 논리적 불합리성에 대해 많은 지적이 있었다.
그때 정부는 「현지확인 결과 사고재발대책이 완비되었음」을 이유로 서둘러 조업재개를 허용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서 확인하고 검사한 결과도 믿을 수 없게 만든 책임은 또 누가 져야 하는가. 온 사회가 감시하고 관계당국이 조사확인 해 단속처벌 했는데도 기업이 여전히 신의를 저버리고 다시 페놀을 흘릴 수 있다면 정부기능의 어느 부분이 마비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연전에 한국의 이름 있는 모 건설회사가 대만의 고속도로건설에 참여했다가 부실공사로 해약을 당함으로써 막대한 손실을 보게되어 회사가 휘청거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해약을 하면서 대만의 관계관이 『우리는 우리들만 편안하게 살려고 이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손들에게 귀중한 자산을 영구히 남겨주기 위해서 이 공사를 하는 것』이라고 한 것은 참으로 음미해 볼만한 가치 있는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기업이 신의를 잃을 때 도태는 시간문제임을 모든 기업들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자기 자신의 결함을 시인하는 것은 기업을 보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마치 회개가 속죄의 첫걸음이 되는 것처럼 남이 믿을 수 있는 기업주가 되도록 스스로 반성하는 것이 기업의 신의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홍재룡 <대구시 동구 신암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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