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3사 저가 경쟁 '불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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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자동차 업계의 저가 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대우 조선이 그동안 기대를 모아 오던 국민차「티코」를 3백30만∼3백50 만원 대에 5월 중순부터 선보이기로 확정하자 현대·기아 등 기존 자동차업체들도 자사제품의 가격을 경쟁적으로 내리려 하고 있다.
특히 대우 측은 국민차 시판에 맞춰 샐러리맨과 주부들을 겨냥, 할부판매 등 다양한 판촉 방안도 마련 중에 있어 기존업체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 등은 자사 제품인 엑셀과 프라이드의 각종 편의 장치를 가급적 축소, 차 값을 내리는가 하면 24개월 무이자판매 등 영업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현대 자동차는 티코 시판 두어 달을 앞둔 지난달 초 4백15만원 짜리「엑셀 레귤러」를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저가 경쟁에 선수를 치고 나왔다.
현대의 엑셀 레귤러가 티코 시판에 선공을 시작하자 기아도 당시로는 수요가 적어 89년부터 국내시판을 중단한 프라이드1·1(1천1백cc)의 재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기아 측은 특히 가격 면에서 티코를 겨냥, 생산중단 당시의 가격 3백90만원보다 30만원이나 낮은 가격으로 다음달 중순께부터 출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뒷 유리창의 성에제거 열선과 와이퍼를 없애고 원격 조정연료 주입 구·트렁크 열림 장치를 모두 수동으로 바꾸는 등 각종 편의장치를 줄일 예정이다.
그러자 현대 측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자세로 4백15만원의 엑셀 레귤러를 3백80만원대로 끌어내릴 각종 묘안을 싸내고 있다.
엑셀 레귤러에 장착된 고급 카셋 라디오를 중급으로 바꾸는가 하면 기아와 마찬가지로 각종 편의 장치를 줄여 생산단가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현대는 여기에 판촉 방안도 강화, 현금가 24개월 무이자 판매 등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월15만∼16만원씩 2년 할부 조건이라면 티코와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기아 등 기존 자동차업체들이 이처럼 티코 시판에 대비해 서로 값 내리기 경쟁을 하고 있지만 정작 티코의 생산자인 대우 측은 느긋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 측의 반응은 『차량가격 자체는 어느 정도 따라올 수 있겠지만 세금 등 차량유지비는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대우의 티코는 8백cc급이기 때문에 분기별로 내는 자동차세(3만1천44원)가 월등히 낮은 것.
기름값의 경우는 더욱 격차가 커 국립 환경 연구원의 실험결과 프라이드 1·1은 1ℓ의 휘발유로 17·7km를 달리고 엑셀 레귤러가 13·2km를 달리는데 비해 티코는 24·10km로 차량유지비에 있어서 단연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와 기아 측은 그동안 국민차 개발에 관심을 두어 왔으나 지난3∼4년간 내수 호황·중형차 선호 경향으로 이를 접어 두고 있었는데 대우 측의 티코 판매 성공여부를 보아 국민차 개발 여부를 다시 결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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