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 불빛에 기미,주근깨 생긴다고?"

중앙일보

입력

대학생 김선영씨(가명,23)는 밤에 형광등 불빛 아래 있으려니 왠지 맘이 안 놓인다. 얼마 전 친구가 형광등 불빛에도 기미가 생길 수 있으니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발라야 한다고 주의를 준 것. 건조하고 추운 날씨로 가뜩이나 피부가 민감해져 있는 터에 김씨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김 씨는 “친구가 형광등에서도 자외선이 나오니 불빛 아래서도 차단제를 꼭 바르고 있어야 한다고 일러줬는데 집에 있을 때조차 그래야 하는지 의문스럽다”며 “집에 있을 때도 꼭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지낸다는 친구가 더러 있다”고 털어놨다.

◇형광등에 자외선이 나온다?

실제로 실내조명에 의해 피부가 노화된다거나, 기미가 생긴다느니, 심지어 탄다는 얘기까지 조명과 관련된 속설이 피부미인을 꿈꾸는 여성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이와 관련, 전문의들은 형광등의 불빛이 피부에 닿아서 노화나 피부 상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 만큼 이를 우려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한다.

형광등의 불빛이 피부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여부는 그 불빛의 성분, 특히 자외선과 관련해 설명할 수 있는데 햇빛처럼 자외선에 직접 노출되어 피부에 닿게 되면 피부 노화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형광등 불빛은 자외선 방출량이 극히 미미해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

강원대 조명연구실(전기전자정보통신공학부) 김훈 교수에 따르면 형광등은 진공 유리관에 소량의 수은 증기와 방전을 쉽게 하기 위한 아르곤 가스를 넣고 봉한 다음, 양 끝에 전극을 붙인 것으로, 이 전극 사이에 높은 전압을 걸면 방전이 일어나 빛을 발하게 된다.

김 교수는 “이 때 방전이 일어나 나타나는 빛은 자외선이지만, 이 자외선이 유리관 안쪽의 형광물질과 반응하여 궁극적으로 형광등은 가시광선을 내게 된다”며 “햇빛의 수백만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므로 인체나 피부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다”고 전했다.

즉, 일반 조명용 형광등에서 나오는 자외선은 유리 내부 표면에 붙은 형광체라는 물질에 의해 가시광선으로 바뀌며 가시광선으로 바뀌지 않는 여분의 자외선은 형광등의 유리가 흡수해 버린다는 것.

을지대병원 피부과 김윤동 교수는 “형광등으로 인해 피부가 탄다든지, 노화를 일으킨다든지, 기미를 유발시킨다든지 하는 얘기는 근거 없는 속설에 불과하다”며 “실내에서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하는 경우는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와 자외선에 노출됐을 때”라고 전했다.

따라서 형광등 불빛이 자외선을 방출해서 그것에 의해 피부에 손상을 일으킬까봐 염려스러워 차단제를 바를 필요까지는 없다.

◇걱정과 우려가 오히려 노화 키워~

차앤박피부과 양재 본원 박연호 원장 역시 “형광등 불빛에도 자외선은 나오지만 그 양이 극히 미량인 만큼 아무 해가 없다”며 “낮 동안에는 비가 오든 실내에 있는 2~3시간 간격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줘야 주근깨나 기미를 예방하실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외출이 잦거나 피부가 지극히 민감할 경우에 한해서다”고 전했다.

보통 피부가 타는 것은 자외선으로 생기는 멜라닌 색소 침착에 의한 것인데 불빛과 가장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스탠드 아래서 피부 아래 있는 멜라닌 색소들이 자극받지 않겠느냐는 의문도 많다.

이와 관련, 피부과 전문의들은 이때 멜라닌 색소는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으며 오랜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스탠드 불빛 아래 노출이 된다면 분명 피부에 무리도 있을 수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는 피부를 까맣게 태우거나 할 정도의 것은 아니며 약간의 트러블을 줄 수 있을 뿐, 불빛으로 인해 노화나 기미가 생길 것을 걱정하는 일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해 피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백열전등, 형광등 같은 인공조명기구들은 불을 켜면 여러 가지의 전자기파를 발산하게 되는데, 우리가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가시광선은 그 일부분일 뿐이다.

백열전등은 불빛이 약간 노란색 계통이고 적외선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아래에 있으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그에 반해 일반형광등은 광색이 백색계통인데 파장이 짧은 자외선이 많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인체에 해가 될만한 빛, 예를 들어 피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량의 자외선이 방출된다든지 하는 제품은 나오지 않으며 검열된 형광등이 실제 쓰이고 있으므로 불빛 아래서 이같은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조명연구실 김 교수는 “일반 형광등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조명을 하게 되면 미술품의 색깔이 변, 퇴색을 일으키므로 쓰이지 않고 자외선을 제거한 특수램프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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