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30점대 득점왕 향해 … '1등별'마이클 단독 드리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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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피트 마이클(오리온스.1m94cm)이 프로농구 '득점 기계'의 계보를 잇고 있다. 2일 현재 득점 단독 선두(평균 32.81점) 마이클은 2위 찰스 민렌드(LG.27.41점)보다 경기당 5점을 더 넣고 있다. 마이클이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000~2001시즌 데니스 에드워즈(당시 SBS.33.42점) 이후 6년 만에 30점대 득점왕이 될 수 있다. 가드 김승현이 대표팀에서 복귀하면서 마이클의 득점 레이스는 더욱 가속이 붙었다. 최근 두 경기 평균 43.5득점이다.

◆바람처럼 빠르다

한국 농구의 대표적 스타 이충희 동국대 감독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달리기 실력은 별로인데, 드리블하며 코트를 왕복하면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이클이 그렇다. 김승현이 "(드리블할 때는) 나보다 빠르다"고 얘기할 정도다. 오리온스 김진 감독은 "속공 능력이 탁월하다. 마르커스 힉스 이후 김승현의 패스를 이처럼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선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스페인리그에서 뛰는 마이클을 영입하기 위해 현지까지 직접 찾아갔다는 송현수 통역 담당은 "큰 선수와 맞붙어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근성과 집중력이 좋다. 큰 키는 아니지만 경쟁력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친구가 생기다

1일 KT&G와의 경기 도중 마이클이 단짝인 성준모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사진). 마이클의 첫 인상은 차가웠다. 말도 웃음도 없었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처럼 이것저것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경기장에서는 곧잘 흥분했다. 구단에서는 '적응하는 데 문제가 있을까' 걱정이 심했다. 그러나 친구가 생기면서 변했다. 성준모가 먼저 "나는 찰스"라며 마이클에게 다가갔고, 마이클은 기다렸다는 듯이 마음을 열었다. 말수도 늘어났고, 팀워크에도 더욱 충실해졌다. 최근 경기에서는 패스 타이밍을 놓친 뒤 동료에게 "미안하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득점왕과 팀 우승은 상관없다?

득점왕을 배출한 팀이 챔피언을 차지한 것은 2003~2004시즌 KCC(당시 민렌드)뿐이다.

<표 참조>

이상윤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외국인 선수의 득점이 많다는 것은 한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선수의 활약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결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진 감독은 "마이클이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리바운드와 수비에도 열심이어서 기존의 득점기계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은 리바운드도 2위(11.37개)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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