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안 넘기겠다" 미국 의도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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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6일 사형이 최종 확정되고 나흘 만에 전격 처형됐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해를 넘기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미 성향의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조기 사형 집행에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종파 간 갈등으로 이라크가 내전으로 치닫는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후세인을 따르는 수니파의 반발을 이참에 완전히 제압하고자 했던 것이다. 사형을 질질 끌 경우 법적인 문제도 야기될 수 있었다. 4월이면 후세인이 만 70세가 되는데, 이라크 형법은 70세가 넘을 경우 사형 집행을 금지하고 있다.

처형일을 이슬람의 최대 종교 행사인 성지 순례가 절정을 이루는 날로 잡은 것은 아이러니다. '희생제'가 시작되는 이날 오전 무슬림들은 양.염소 등을 도살해 그 고기를 친지와 주민들에게 나눠 준다. 가축이 도살되는 시점에 후세인 처형 시간을 맞춘 것은 '모욕'을 주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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