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조폭, 미국 밀항도 시킨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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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중 폭력조직이 개입된 중국동포 밀입국 알선 사건(본지 11월 10일자 1, 3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姜仁喆)는 10일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20세기파'가 2000년 초부터 지금까지 50여 차례 집단 해상 밀입국을 주선한 혐의를 확인했다.

검찰은 또 20세기파 일당이 중국 동북 3성의 폭력조직인 '흑룡회'와 손잡고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도 중국동포들의 밀입국을 주선한 단서를 포착,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20세기파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30개의 예금통장과 10여개의 장부를 확보했다. 특히 예금통장에는 밀입국 브로커들에게서 알선 수수료로 받은 것으로 보이는 뭉칫돈이 3억~4억원씩 50여 차례에 걸쳐 주기적으로 입금돼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수사 관계자는 "통장의 입금 내역으로 볼 때 이들 폭력조직이 최소한 50차례 이상 밀입국을 주선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입금된 돈의 일부는 부산 지역 사채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밀입국했다가 붙잡힌 중국동포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세기파 조직원들이 '중국쪽과 협의해 중국동포 등을 미국 시애틀로 밀항시키자'고 자기들끼리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검찰은 압수 물품 가운데 미국까지의 항로가 그려진 태평양 해도(海圖)가 발견됨에 따라 이들이 실제로 미국 밀항을 알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집중 수사 중이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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