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관파천때 '고종 샛길'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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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 대사관 청사와 직원숙소 신축이 추진 중인 덕수궁 터(옛 경기여고)에서 고종 황제가 1896년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공관으로 긴급 피신하면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소로(小路)가 국내 처음 발견돼 공개됐다.

이 길은 미 대사관저 서측 담장 외곽에서 발견됐으며, 고종은 이곳을 지나 너비 2m 남짓의 문(門)을 통해 러시아 공관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6월부터 미 대사관 등 신축 예정부지 1만3천평에 대한 지표(地表)조사를 실시한 한국문화재보호재단과 중앙문화재연구원 등 연합조사단은 10일 "소로에서 초석과 계단 시설이 남아있는 문(門)터와 덕수궁의 건축 자재로 사용됐던 잘 다듬어진 장대석, 두께 20cm의 큰 돌로 쌓은 석축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유물의 시굴.발굴 조사도 필요없이 영구히 보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결론지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물이 발견된 만큼 건축허가를 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홍수현.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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