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쌍둥이라고 닮은꼴로 살란 법 없잖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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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금세공사와 도둑

1, 2 통케 드라크트 지음, 황윤선 옮김, 가교출판

각 270쪽, 각 9500원, 초등 고학년

로렌조와 자코모는 쌍둥이 형제다. 형과 동생이 번갈아가며 하루씩 등교하는 잔꾀를 부렸지만 한참 동안 선생님께 들키지 않을 정도로 꼭 닮았다. 외모는 판박이지만 형 로렌조는 점잖고 성실하지만 동생 자코모는 꾀가 많고 모험심이 강했다. 둘의 성격이 너무나 다르기에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각자의 길을 걷는다.

로렌조는 금세공사의 대가를 만나 기술을 배우고, 자코모는 우연히 산적을 만나 도둑질에 필요한 온갖 기술을 배운다. 그러나 자코모가 도둑이 되기는 싫다고 선언하자 산적은 "전문 도둑으로서의 실력이 있음을 증명해야 아무런 대가 없이 먹여주고 가르친 데 대한 빚을 갚은 것으로 치겠다"고 말한다. 자코모는 그동안 배운 온갖 기술을 동원하고 머리를 써서 임무를 수행하지만 모함에 휘말려 지하 감옥에 갇힌다. 동생이 곤경에 빠진 걸 알게 된 로렌조는 닮은 꼴 얼굴을 이용해 구출에 나선다.

이후 형과 동생은 곡식 자루를 도둑맞은 가난한 사람의 몫을 찾아주기도 하고, 잠에서 깨어나면 사라지고 없는 '유령 여관'에 묵기도 한다. 2권으로 넘어가 두 형제는 한 나라를 통치하기도 한다. 로렌조는 하나당과 두리당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당 소속 사람과는 대화조차 하지 않는 티라니아의 왕으로 추대된다. 쌍둥이 형제는 기지를 발휘해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이 화해.협력하도록 만든다. 청소년 성장 소설에 정치 풍자와 이상적인 국가 통치론까지 담긴 셈이다. 작가는 각종 민담과 전설, 신화 등에서 모티브를 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결국 로렌조는 뛰어난 금세공사로 이름을 날리지만 자코모는 내내 뚜렷한 직업을 갖지 않은 채 유랑한다. 남들은 그를 형과 비교하지만 자코모는 절대 기죽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 새 삶을 시작한다.

쌍둥이는 열두 가지 흥미진진한 모험을 해나가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까지 하고, 각자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해나간다.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위기에 빠질 때면 힘을 합쳐 돕는 이들의 모습에서 바람직한 우애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에피소드도 들어 있다. 바르고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원칙도 잊지 않는다.

남들이 다 옳다고 하는 길이 반드시 자신에게도 맞는 길일까. 우르르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청소년들이 진정 자신의 꿈을 위해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 알고 있을까. 자신이 무슨 길을 가는지 알고는 있을까. 자코모는 꿈을 찾아 떠나는 길 위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길이 끝나는 곳까지 계속 가보자. 내 뒤에 놓인 길들은 이미 다 아는 길이야. 하지만 내 앞에 남겨진 길 위엔 아직도 뭔가 놀라운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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