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의 한마당 확산돼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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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성균관대의 교수·학생·학부모가 보여준 화합의 한마당은 갈등과 대립으로 치달아온 대학사회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신선함과 흐뭇함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대학 공동체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어느 때보다 신선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동참한 교수·학생·학부모의 자세 또한 흐뭇하기 이를데 없다.
작은 차선시비로 사제간의 불신과 틈을 넓히고 급기야 학생회와 교수들간의 큰 문제로까지 확대되었던 교수폭행사건을 학부모와 학생들의 솔직한 사과와 교수의 관용으로 매듭지을 수 있다는데서 우리는 대학사회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게 된다.
이미 총장사진 밟기운동을 전개했던 부산대 학생회 또한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했고 총장에 정중한 사과까지 했다는 보도 또한 반가운 일이다.
최근에 일어났던 대학사회의 몇몇 무규범 행위들이 학생들 스스로의 자각에 의해 시정되는 사례들을 보면서 이런 현상들이 대학 내부의 주도적 분위기로 정착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지성과 이성,그리고 사제간의 유대와 대화를 통한 공동체의식이 대학사회를 주도하는 기운이 되어야 할 것이고 이런 기운의 진작을 위해서 교수 또한 보다 능동적 자세를 취해야 되리라고 믿는다.
대학구내에서 누가 봐도 무모하고 무분별한 행위가 일어날 때 남의 일보듯 손놓고 방관할 일이 아니라 준열히 꾸짖어 무엇이 잘못되고 무엇이 잘된 일인지를 확인시켜 줘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김정탁 교수가 보여준 단호한 분노는 일벌백계의 금도를 보여준 것이다.
교수란 단순한 지식과 정보의 전달자가 아니라 인격과 정서를 함양시켜줄 교육의 의무까지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자식의 등록금만 대주고 관심을 갖지 못해 죄송했다』는 문제 학생의 학부모 발언 또한 많은 학부모의 입장을 솔직히 대변해 주고 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부모의 일은 끝났다는 식의 자녀 교육관이 우리 교육을 그르친다는 인식을 학부모 모두가 새삼 경각심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제간 화합의 한마당을 창출해낸 성대 학생회는 과격 시위의 전위단체로만 인식되어온 학생회의 인상을 바꾸고 화해와 화합의 조정역으로서의 위상정립을 하는데 크게 기여했음을 높이 평가한다.
그들은 학생 승용차의 학내출입을 제한하는 방침을 스스로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을 대학발전과 인의예지의 교훈을 되살리는 계기로 삼자고 했다.
성대 총학생회가 마련한 이 화합의 한마당이 작게는 구속된 학생의 조기 석방과 아울러 크게는 앞으로의 대학사회 내부의 문제해결방식이 이렇듯 대화와 화해를 통해서 풀어나가는 모범이 되길 당부한다.
대학 내부의 문제를 대학 공동체의식으로 풀어나가는 이런 모범들을 계속해서 보여줄 때,무정부상태로까지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무규범·무질서 풍토가 바로 잡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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