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충사에 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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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산에서 보면
바다가 심상치 않다
바다는 또 산의 혼잣소리가
자꾸 귀를 간지르는 것이겠지
기왕 산이 내려와 앉을 것이면저
저 남지나해 한 복판쯤
나가 잇어도 좋지 않은가
산은 바다가 보채는 것이라하고 바다는 바다대로
산이 부스럼 같은 꽃가지를 흔든다고 투덜대는 이 봄날에
2
까닭을 알겠습니다·
법을 듣던 지리산법
법을 깨던 금강산법을
법을 심던 묘향산 다 놔두고
이 두륜산 기슭에다
다 떨어진 신발이며 옷가지들
풀잎처렴 휘어진 유좌들을
왜 끼치셨는가를.
이제 길을 떠나시지요,
산은 여기 이대로 두시고 내가 너였던 처영, 유정
만나실 때도 되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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