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된 독재자 재산 5억 달러 나이지리아 재건 종자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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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990년대 나이지리아의 군부 독재자였던 사니 아바차가 해외로 빼돌린 재산이 국가 재건 사업에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아바차 약탈 기금'의 집행을 감시하고 있는 세계은행은 "반환된 독재자의 돈이 투입된 개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약탈 기금이 도로.발전.상수도.교육.보건 등 5개 분야의 인프라 구축 사업에 집중 투자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석유생산국이지만 잦은 쿠데타와 정정 불안으로 사회기반시설이 형편없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지난해와 올해 초 스위스 은행으로부터 '아바차 약탈 기금' 5억 달러(약 4500억원)를 돌려받았다. 아바차 가족의 재산을 나이지리아 정부에 돌려준 것은 스위스가 처음이다. 스위스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반환 판결을 내리면서 이 돈이 세계은행의 감시 아래 나이지리아 개발사업에 투입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93년 무혈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아바차는 집권 5년 동안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국고를 빼돌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바차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한 98년 이후 나이지리아 정부는 그의 약탈 재산 반환을 추진해 왔다.

스위스 당국은 99년 아바차가 거래한 은행에서 찾아낸 그의 재산을 동결시켰다. 그러나 이 돈이 어디에 사용될지에 대한 보장을 받기 전까지는 반환을 유예했다. 현재 영국.리히텐슈타인.룩셈부르크.미국 등에서도 아바차의 불법 재산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독재자 아바차는 모든 정부기관을 해산하고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정적과 지식인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95년에는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극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켄 사로 위와 등 9명을 처형했다. 97년 3월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망명 작가 월레 소잉카 등 반정부 인사 15명을 반역죄로 기소하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 기구'는 2004년 아바차를 세계 부정부패 지도자 4위에 올려놓았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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