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 파트너 베이징차 수상한 '주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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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자동차와 중국 베이징기차(北京氣車)의 합작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 베이징기차는 2001년 현대차와 50대 50 지분으로 베이징현대차를 설립했으나 최근 지분을 줄여가고 있다.

베이징기차는 베이징현대차의 지분 23.62%를 중국 6위 철강회사 서우강(首鋼)에 1억3600만 달러(1263억원)에 매각키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우강은 2003년 베이징현대차의 지분 10%를 6000만 달러(당시 65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이번 지분을 추가 매입함으로써 베이징기차를 제치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서우강의 베이징기차 지분 인수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하는 자동차 냉연강판의 판매 확대를 위한 것이다. 연간 20만t 이상의 철강을 사용하는 베이징현대차는 80%는 포스코와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하이스코에서, 나머지는 일본에서 조달해 왔다. 2010년엔 철강 사용량이 두 배로 늘어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 결정은 베이징기차의 권한이지만 앞으로 포스코.하이스코에 타격이 예상된다"며 "베이징현대차는 2008년엔 냉연강판의 절반 이상을 서우강에서 조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하이폴크스바겐 등 중국 선두권 합작 자동차업체들은 이미 중국산 냉연강판을 50% 가량 사용하고 있다.

한편 베이징현대차의 회장을 맡고 있는 쉬허이동(徐和誼) 베이징기차 부회장은 내년 1월 독일 다임러벤츠와 베이징기차의 합작 회사인 베이징벤츠의 사장으로 부임한다. 베이징벤츠는 지난 11월 베이징 부근에 연산 2만5000대 규모의 벤츠 E클래스 합작 공장을 완공했다. 이 차는 현대차가 수출하는 뉴그랜저의 경쟁 차종이다. 정통한 중국 소식통은 "베이징기차가 현대차와의 밀월 관계를 정리하고 벤츠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현대차의 중국사업 담당 화교 인맥 경영진의 영향력이 축소된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화교 경영진은 지난해부터 산둥(山東)성 쏘나타 엔진공장과 베이징 2공장 건립을 둘러싸고 중국 정부, 베이징기차와 마찰을 빚어 왔다.

김태진·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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