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용의자성문 「범인」확실”/국립수사연 박종철 분석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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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형호집 46회전화 반복 확인해/3백37건 활용 모두 적중 주장
『저 개인뿐 아니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공신력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성문을 처음부터 다시 정밀 검토하고 있지만 범인이란 확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국교생 이형호군(9) 유괴살해범의 성문과 같은 것으로 밝혀진 유력한 용의자가 완벽한 알리바이를 제시하고 있어 사건이 수사당국의 성문과 용의자의 알리바이 대결로 압축되는 듯한 인상이다.
이번 사건의 성문을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박종철 성문분석실장(38)은 『용의자의 알리바이 주장이 너무 명확해 성문분석을 다시 해보고 있으나 현재까지 범인임을 확신하고 있다』며 『성문에 의한 식별은 거의 틀림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박실장은 『국내에서 성문이 수사에 활용되기 시작한 87년 7월부터 지난해말까지 총 3백37건의 성문을 분석했으나 단 한건의 오류도 없었다』면서 형호군 사건으로 처음 벽에 부딪쳐 『요즘 밥맛을 잃을 정도』라며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성문은 음성의 에너지가 강한 부분·약한 부분을 미세한 무늬로 나타낸 말그대로 「목소리 무늬」로 사람마다 모양이 달라 지문보다 수사상 식별력이 뛰어나 미국·일본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재판의 직접증거로 인정되고 있다는 것.
국내에서도 원혜준양 유괴사건등 지금까지 22건의 사건을 성문으로 해결한 바 있고 현재 재판의 직접 증거 채택여부를 놓고 한건이 계류중에 있으나 과학수사의 추세로 보아 채택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실장은 『미국의 경우 86년 FBI발표에 따르면 3백18건의 성문분석중 한건의 잘못이 있음이 밝혀졌다』며 『알리바이가 잘못되었는지 성문분석이 잘못되었는지는 기필코 가려내야할 것』이라고 자신있는 표정이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의 경우 46차례의 전화녹음과 녹음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과거 어느 사건보다 충분한 근거를 갖고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실장은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한뒤 78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근무하며 연세대 산업대학원 전자공학과 음향음성학 석사학위를 받았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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