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이 중요한 건 미군 개입 보장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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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평통자문회의 발언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군사전문가들이 노 대통령의 발언 중 문제시하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민간시설에 폭격할 것인지 아닌지 그것도 마음대로 결정 못하는 나라가 중국한테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와 "자기 군대 작전통제 한 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놔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발언이다.

군사전문가들은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이 전작권을 행사하지만 전쟁에 대한 결정과 전쟁 방침은 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합의로 이뤄진다"고 반박했다. 한.미 대통령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반대하면 연합사령관이 전작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연합사령관이 모든 것을 단독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노 대통령은 연합사령관을 미국 장성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연합사령관도 한국군 통수권자의 부하라고 생각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을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는 것은 작전의 효율성과 전시 미군 개입에 대한 보장성 때문이다. 남북한 사이에는 작전 거리가 너무 짧아 긴급하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군과 미군을 통합한 연합사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미국이 자동으로 한국에 개입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연합사를 통해 한국에 미군을 증원할 수 있다는 점도 군사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군 장성인 연합사령관이 한반도의 안보를 책임지는 만큼 미국은 그만한 부담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전작권을 행사했듯이 한국군이 작전 통제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나 유사시 한반도 전쟁의 특수성과 미군의 개입 보장을 위해 연합사령관이 전작권을 행사해 왔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남북한 군 사이에 재래식 전력은 비슷하지만 북한이 전시에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한국군이 치명적 피해를 입고 패퇴할 수도 있다는 점도 군사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북한의 화학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미군이 있기 때문이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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