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능대회 입상자 모두 채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앞으로 국제.국내에서 기능대회에 입상한 사람은 본인이 원할 경우 삼성전자나 삼성 계열사에 모두 채용된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21일 서울 대방동 서울공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능장려협약'을 체결했다. 한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기능 인력이 갈수록 홀대받고 있고, 심지어 국제 기능인 대회에서 상을 받은 숙련 기술자들조차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함께 나선 것이다.

기능인 홀대 현상은 심각하다. 한국노동연구원 윤조덕 수석연구위원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2.9%가 '기능'이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기능인들의 65.5%가 자기 직업인 기능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입상한 41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중 317명만이 자신이 메달을 딴 종목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 4명 가운데 1명은 취업난과 처우 등을 이유로 자신이 국제대회에서 상을 탄 기술과는 관련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능대회 수상자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올해 창원에서 열린 전국기능대회 입상자 154명 중 직장을 가진 사람은 50명에 불과했다. 재소자 등을 제외하고도 67명이 실업 상태다.

김선명 서울공고 교장은 올 2월 열린우리당과의 간담회에서 "전국기능경기대회에 나가서 입상하면 세계대회(기능올림픽)를 나가는데, 대회에서 메달을 따도 진학과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학생들이 기능 배우기를 꺼리면서 결과적으로 한국의 기술이 뒤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기능장려협약을 맺은 것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해마다 기능장려 기부금으로 10억원씩 내놓기로 약속했다. 삼성이 이날 산업인력공단에 전달한 10억원은 내년 11월 일본 시즈오카(靜岡)현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출전 선수들을 위해 쓰인다.

윤 부회장은 "검증된 기능 인력이 일할 의욕을 잃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기업 경쟁력의 핵심도 우수한 인적자원이므로 기능 인력의 양적.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기능대회 입상자 모임인 한국기능선수회 김영상 부회장은 "이번 협약이 기능보다 학벌과 명분을 중시하는 풍조를 없애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