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의 역할과 한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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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식인·법률인·종교인·시민활동가들이 주축이 된 「참여와 자치를 위한 시민 연대회의」가 18일 창립대회를 가졌다.
우리는 이 연대회의가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자율적인 다양한 운동」이라는 측면에서 면밀히 주시할 것이며 이 모임이 건전한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해 큰 몫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 간절한 바람은 최근 수서사건에 이르기까지의 기성정치권에 대한 강한 혐오와 불신에서 비롯될 뿐만 아니라 멀게는 권위주의 체제를 벗어나 진정한 민주화로 가는 길이 곧 시민주도의 사회라고 믿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연대회의에 대한 일반적 기대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때묻지 않은 지식인 주도로 참신한 정치세력이 태어나 주었으면 하는 기대와 또 하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당면한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도록 감시하는 시민세력으로서의 역할 기대다.
연대회의가 창립대회에서 밝힌 실천요강도 ①올바른 시민대표 보내기운동 ②지자제 관련법 개정 ③공명선거감시운동으로 명문화되어 있다.
비록 기초의회선거에는 7명의 후보밖에 내지 못했지만 광역의회에서는 40∼50명의 후보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연대회는 단순한 시민운동 차원의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넘어 본격적 정치활동을 벌이는 정치의 주체로서 출발을 분명히 밝힌 셈이 된다.
여기서 우리는 두가지 상충되는 기대가 연대회의의 장래를 어둡게 할 수도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게 된다.
과연 연대회의가 추천하고 밀어주는 후보자를 내어 놓아 선거의 한 당사자가 되고서도 공명선거를 위한 감시기능을 공정하게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또 기성 정치인에 대한 적극적 대안으로 연대회의가 자체 후보를 내세우고도 현행 선거법상 불가능한 선거운동을 벌일 수가 있겠느냐는 점이다. 또 이에 관한 선거법을 개정했다 한들 모든 후보자들이 감시운동과 선거운동을 함께 벌일 경우 유권자는 어떻게 옥석을 구별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이런 모든 의문은 시민운동과 정치활동이 함께 뒤섞여 움직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혼란이라고 본다.
따라서 연대회의도 시민운동과 정치활동을 동시에 전개하기 보다는 어느단계까지는 시민운동을 통해서 폭넓은 지지와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그 다음 단계로 정당이라는 모습으로 등장해서 정당한 정치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연대회의가 선거감시기능과 후보자추천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감시 기능의 순수성도 오해받을 수 있고 정치세력으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다는 현실논리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두마리의 토끼를 함께 쫓기엔 아직 연대회의가 해야할 일은 많을 것이다.
순수한 시민의 감시기능이라는 시민운동을 더욱 폭넓게 전개한 다음,정치세력으로 발돋음하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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