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승격 노려/예산 더 타려/자리 늘리려/뻥튀긴 인구통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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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부 시도 유령인구에 중복계산/추계식보다 50만∼백만명 더 “거주”/통계청 재확인조사… 90년 센서스 발표 늦춰
우리나라의 기초통계인 인구통계가 조작돼왔다. 일부 시·도에서 매해 상주인구를 마구 부풀려오다 급기야 5년만에 국가적으로 실시하는 인구주택 총조사(센서스)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90년 11월1일을 기준으로 실시한 센서스 결과를 시·도로부터 받아 집계한 결과 적어도 50만명,많게는 1백만명 가까이 추계인구를 초과했다.<관계기사 5면>
각 시·도가 보고한 90년 센서스 인구는 통계청이 85년 센서스를 토대로 오차한계 등을 참작해 보완·수정한 인구에 다시 앞으로의 출생·사망률 등을 고려해 추계한 인구 4천2백93만여명보다 적어도 50만명 많게(4천3백43만명) 집계됐다.
이같은 인구수는 이미 올해 7월1일 기준 추계인구(연중인구) 4천3백2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센서스는 통상 그 규모나 조사방법상 누락이 생겨 추계치보다 1∼2% 정도 인구수가 적게 나타나는게 관례임에도 90년 센서스에서만 유달리 이같이 크게 늘어나자 통계청은 전문조사요원을 전국에 파견,긴급 사후평가조사에 들어갔으며 당초 3월로 예정했던 잠정인구집계 발표를 4월로 연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현장 확인조사에서 통계청의 추계치보다 1.5% 많게 보고된 제주도의 한 지역은 센서스 보고통계가 실제인구보다 무려 7.2%나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시·도 집계결과는 추계인구보다 1% 정도가 높았지만 통상 누락되는 오차한계와 그동안 중복계산된 것까지 합친다면 중복인구는 2%가 넘는 1백만명선에 육박할 것』이라며,『지난 88,89년에 시 승격과 앞으로 실시될 지방자치제에 대비하고 보다 많은 예산을 따내고 기구를 늘리기 위해 일선 시·군·구에서 중복계산은 물론 실제로는 없는 유령인구를 만들어 상주인구로 삼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은 또 88,89년에 실제보다 불려 상주인구를 만든 결과,90년 센서스에서도 비슷한 추세로 실제보다 많게 보고함으로써 인구증가율 또한 86∼90년사이 통계청 추계 연간 인구증가율(0.97%)보다 훨씬 높은 1.5%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은 의도적으로 인구를 불린 지역을 공개,관계자를 문책하며 시·도별로 매해 실시해온 상주인구 조사제도를 없애는 대신 통계청에서 읍·면·동에까지 정확한 인구추계를 해 행정기본자료로 쓰게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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