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지향과 공급지향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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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과학기술정책의 효과적 추진, 그리고 개발기술의 기업화 촉진을 가로막는 요인중의 하나가 정책방향에 대한 개념 혼돈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수요지향기술과 공급지향기술에 대한 개념을 자기 편의대로 규정하는데 따른 오해다.
수요지향 기술개발의 성공 사례로 2차 대전 후 일본의 과학기술 전략을 많이 지적하고 있다. 그 전략의 핵심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국제 경쟁력 강화,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을 선정해 선진국 추격전략을 추진한 것이다. 그러므로 수요지향기술은 시장과 필요를 먼저 고려하고. 개발대상 기술을 공략하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산업정책 체계하에서 기술개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반면에 공급지향기술은 서구 기술선진국이 채택하는 과학기술 전략이다. 이 전략은 새로운 기술개발의「씨」를 창조, 개발해 이 기술을 실용화·제품화하고 신 시장을 창출하며 관련 기존제품이나 긍정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대체하는 과학기술 개발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급지향 기술에서는 신기술 개발이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창출하는 특성을 갖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수요지향 기술과 공급지향기술의 개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급지향기술이 수요를 도외시한 기술개발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왜냐하면 공급지향기술의 개발성공은 분명히 새로운 제품과 공정·서비스의 창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 확대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수요지향기술이 현재의 제품과 수요를 중요시하는 기술이라면 공급지향 기술은 미래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과학기술혁신이라는 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수요지향기술과 공급지향 기술은 기술개발의 결과가 실용화되는 시간 변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로 구분할 수 있다. 몇몇 조사연구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3∼5년 내에 실용화될 기술개발은 수요지향 기술개발 방식을 채택하고 그이상 장기적인 수요에 따르기 위한 과학기술혁신은 공급지향 기술개발 방식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수요지향기술과 공급지향기술 중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기술개발 촉진주체를 결정하고 개발방식과 연구비배분의 우선 순위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이는 정부 부처와 산업계·대학이 기술개발에 어느 정도 참여할 지를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알림=『과학 수상』의 필자가 다음주부터
▲박용대(기상청장)
▲우종천(서울대자연대교수·물리학)
▲장순근(남극 세종 기지대장)
▲조규복(효성중공업기술 연구소 이사)씨로 바뀝니다.
그 동안 수고해 주신 이상희·이은철·정조영·김영우씨(집필 순)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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