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문단 지역문학에 부쩍 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지역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자신이 태어나, 살고 있는 향토의 자연과 문화의 특성을 살려 쓰여지는 지역문학은 우리 민족문학의 고향이자 젖줄. 전국각지의 대도시 및 중소도시는 물론, 군 단위에까지도 문학단체가 결성돼 지역문학활동이 일고 있으나 그 동안 지역문학은 중앙문단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해 왔었다.
그러나 최근 지자제를 앞두고 나름의 문화 없는 지역자치는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또 뿌리 없이 흔들리고 있는 우리 민족문학의 올바른 방향 잡기를 위해『창작과 비평』『현대시학』『현대시』등 중앙의 주요 문예지들이 강좌·특집 등을 통해 지역문학에 관심을 돌리고 있어 주목된다.
계간『창작과 비평』은 창간 25주년을 맞아 민족문학이론 및 창작의 전국적 확산과 지역 문인과의 결속을 위해 지난달 22∼23일 광주·대구·부산에서 가진 문학 강연회를 시작으로 전국순회문학 강연회에 들어갔다. 중앙에서 활동하는 문인 5∼6명과 해당지역 문인들로 짜여진 강연 팀에 의해 이루어지는『창작과 비평』의 지방순회 문학강연회는 매년 봄·가을전국의 대도시는 물론, 소도시에서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계획이다.
월간『현대시』는 근간 3월 호에서 지역문학기획특집 첫 번째로「전국시단동향」을 실었다. 신승근·조우성·강남주·이하석·박주관·이시연·홍희표·양채영씨 등 각 지역시인들이 일단 자기 지역시단의 특징과 동향을 살핀 이 특집을 시작으로『현대시』는 앞으로도 계속 지역문인들의 진단을 통해 지역문학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월간『현대시학』3월 호는 이성선·나태주·송수권씨 등 각각 속초·공주·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 3명의 기획대담「지역시의 소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싣고 있다. 이 대담에서 송수권씨는『중앙집권주의 문학 속에 지역의 순수성이 말살됐다』며 소월·영랑·지용·백석·용악·목월 등 한국시의 정체성을 잇는 시인들은 모두 향토의 정서에서 솟았듯 이제 향토 성 회복으로 우리 문학의 순정 성을 회복하자고 강조했다.
이성선씨는『문화의 지방시대란 문화의 전 국토 에너지를 최대로 가동하고 활성화해 우리문학의 폭음 넓히고 깊이를 주자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지역에서 생산된 문학을 전국적으로 향수 할 수 있는 문학의 유통경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역문학의 소외극복을 주장했다. 나태주씨는『우리문학의 정체성은 지역문학과 곧바로 결부되기 때문에 민족문학의 개성과 영역의 확대 측면에서 지역문학이 다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역문학의 중요성에도 불구, 이들은『쓸 만한 지역문인들은 중앙문단이 다 사냥해 가고 못 쓸 문인들만 남는 지역, 중앙문단이 그들의 여행이나 행사 편의 등을 위해 던져 준 ×뼈다귀들이나 문인 입네 하고 행세하는 것이 지역문단』이라며 지역문학의 현주소를 비관적으로 보았다.
진정한 지역문학이란 그 지역이 갖는 풍토와 역사·문화 등을 잘 반영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도 뛰어나야 한다. 그러나 향토성은 드러내고 있으나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중앙의 주된 경향에 쏠려 향토 성을 외면해 버리는 것이 지역문학작품의 대부분이다. 향토성과 작품성이 맞아떨어지는 작품을 찾기 힘든 것은 지역문단의 평론 및 출판사 등 문학관리 층 부재에 크게 기인한다. 지역문학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 민족문학의 뿌리를 깊게 하고 폭을 넓히기 의해선 이제 지역문인들에 대해 중앙문단은 발표지면 및 평에 인색치 말아야 되고 지역문단도 자체의 경론, 특히 지방대학 문학관련 교수들의 자기 지방문학에 대한 평론 활동이 요구된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