密雲不雨<밀운불우> 교수신문 선정 올 사자성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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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한국의 시대 상황을 묘사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밀운불우(密雲不雨)'가 선정됐다. 밀운불우는 구름만 잔뜩 끼어 있고 비는 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주역(周易)의 '소축괘(小畜卦)'에 나오는 표현이다. 뭔가 이뤄지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만 쌓이는 그런 상황을 뜻하는 것이다.

교수신문은 주요 일간지에 칼럼을 쓰는 교수 등 20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했다고 18일 발표했다.

교수신문은 1991년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등 교수 단체들이 만들었고 매주 발간된다. 교수신문은 편집진에 소속된 교수 등을 상대로 사전 의견 조사를 거쳐 6개 성어를 뽑아냈고 208명의 교수에게 이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해 올해의 성어를 선정했다.

이 신문은 "올 한 해는 국내외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순탄하게 풀리는 일이 없고 체증에 걸려 뭔가가 터질 듯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설문에 응한 교수들은 올 한 해 가장 안타까웠던 일로 북한 핵 문제로 인한 남북관계의 고착(23.1%), 부동산 정책 실패(18.3%), 황우석 전 교수 논문 조작 사건(7.7%),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 위기(6.75%),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졸속 추진(5.3%) 등을 꼽았다. 이런 일들로 인해 뭔가가 터질 것 같은 위기감 속에 살았다는 것이다.

'밀운불우' 외에 응답자의 22.1%는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 11.1%는 '만사휴의(萬事休矣.도무지 대책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일이 틀어졌다)'를 올해의 성어로 꼽았다. 정부가 올 한 해 각종 개혁정책을 쏟아냈으나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한 채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현실을 빗댄 말들이다. 지난해 사자성어는 '상화하택(上火下澤.위에는 불, 아래는 물)'이었다. 서로 분열하고 갈라지는 상황을 묘사하는 말이다.

공주대 신용호 명예교수(한문학)는 "음울한 밀운(密雲)이 만물을 이롭게 할 상서로운 비가 될지, 혹은 재해를 휘몰고 오는 폭풍우가 될지는 국민의 처신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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