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후보 인터뷰 금지하라는 선관위가 제정신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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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돈은 막고, 입은 푸는 게 선거 관리의 기본이다. 유권자가 후보를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는 확대하는 게 옳다. 이를 규제하는 것은 후보 간 형평성이 지켜지지 못하거나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경우로 한정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자들에 대한 언론의 인터뷰 기사를 금지하려는 것은 지나치다.

중앙선관위는 그 근거로 공직선거법 제82조를 들었다. '…대통령 선거에 있어서는 선거일 전 120일부터…선거기간 개시일 전일까지…대담.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보도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이 허용하고 있는 120일 이전에는 대담을 해서는 안 된다는 해석이다. 그런 식으로 문구에 얽매이다 보면 선거일 120일 전에 대담.토론을 한 사람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또 '인터뷰는 되고 대담은 안 된다'고 하지만 도대체 대담과 인터뷰를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또 그렇게 구분해 제한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법원은 선거법 제82조 규정에도 불구하고 120일 이전 언론사의 대담.토론회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1997년 서울고법) '언론기관은 선거에 관해 보도.논평할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과거 전례도 없는 규제에 나서려는 의도를 알 수가 없다. 여당 후보들에게 불리한 국면이기 때문이라는 일부 야당의 의심을 쉽게 떨치기도 어렵다.

미국이 안정적인 국가정책을 이어가는 것은 충분한 후보 간 토론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선거기간 중 치열한 토론을 거칠수록 서로 정책이 접근해가는 수렴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국가적 지도자가 되려면 평소 이런 정책 토론과 검증을 통해 유권자의 평가를 받아야지 선거기간 반짝 이벤트로 승부하려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치인의 대담은 장려하면 했지 규제할 사안이 아니다. 굳이 현행 법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면 차라리 법을 손질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