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붉은 방』공연 취소"외압 있었다" 수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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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관허락 갑자기 취소>
고문을 소재로 한 극단 배우 극장의 화제연극『붉은 방』의 문예회관 소극장 재 공연이 석연 찬은 이유로 무산되면서 연극계 일부에서는『작품 소재인 정보기관의 외압이 문예회관 측에까지 뻗친 것 아니냐』는 의혹 설이 파다.
의혹 설은 8일부터 21일까지 문예회관 소극장을 사용키로 한 극단「대하」의 대표 겸 연출자 김완수씨가 불의의 낙상으로 공연을 취소하면서 대신 극단「배우극장」의『붉은 방』을 초청 공연하려 했으나 문예회관 측이 절차상의 어려움을 내세우며『붉은 방』대신 극단「우리극장」의『사랑 사랑』에 대관을 허락한데서 비롯.
『붉은 방』의 연출자 황남진씨는『대관을 해주겠다고 말하고서 뒤늦게 대관 신청서 마저 주지 않는 것은 모 측이 관장에게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주장.
이에 대해 문예회관 측은『지난해 대관을 신청했다가 탈락한「우리 극장」측에 우선권을 주었다』고 해명했다가「배우 극장」역시 지난해 대관을 신청했음이 밝혀지자『「우리극장」에 우연히 먼저전화를 했던 것』『「붉은 방」은「배우극장」이 만든 작품이 아니라 극단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는 등「대관불가」이유를 번 복,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기도.

<"자율 해친 다" 철회 요구>
예술의 전당 노동조합은 문화부의 운영간섭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5일「자율운영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상,『문화부의 조건부 예산 승인 완전철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라』고 임원들에게 촉구.
지난달 23일 문화부가 예술의 전당 91년 도 예산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공연·전시사업은 물론 자료실 도서구입·심포지엄 개최 및 기업의 협찬·기부까지 사전승인을 받고 사업추진과 예산집행 실적을 매달 문화부에 보고토록 한 것이 문제의 발단.
이 같은 조건부 예산승인은 문화부가 예술의 전당 사업과 예·결산을 매년 일괄승인 토록 되어 있는 예술의 전당 정관에 위배될 뿐더러「지원은 많을수록, 간섭은 적을수록 바람직하다」는 문화예술 정책 기본 방향과도 크게 어긋난다는 것이 노조관계자들의 주장.
한편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문예진흥원·영화진흥공사 등 예술의 전당을 제외한 문화부 산하 기관·단체들이 세부 항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조건부로 예산을 승인 받고 있는데 예술의 전당만 무조건 일괄 승인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
그러나 노조 측은 문화부가 조건부 예산승인 방식으로 예술의 전당을「직영 화」하려는 것은 최근 예술의 전당이 비교적 진보적인 공연·전시를 수용하고 있는데 대한 쐐기라고 풀이, 강력 대응한다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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