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총장 선출 싸고 분과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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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동국대가 재단 측의 신임 총장 선임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로 학내 분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국대 학생회는 4일 오전 입학식 도중 민병천 신임 총장 취임을 반대하고 재단의 무능을 성토하는 피킷 시위를 벌인데 이어 식이 끝난 직후 신입생들을 상대로 신임 총장 선임이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총장 선출 문제를 둘러싸고 3년째 진통을 거듭해 온 동국대는 신임 총장 선임으로 수습 국면을 맞는 대신 오히려 새로운 불씨를 안게된 셈이다.
동국대 재단은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열어 지난해 10월 교수회의에서 총장 후보로 추천된 민 교수 (정외과)와 송석구 교수 (51·철학과) 등 2명 중 차점자인 민 교수를 총장으로 선출했었다.
이에 따라 89년8월 이지관 당시 총장이 부정 입학 사건과 관련해 구속되면서 시작된 학내 분규와 과도 체제가 끝날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재단 측의 총장 선임에 학생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외에 교수회의 투표에서 민 교수를 앞섰던 송 교수, 그리고 신국주 총장서리도 불만을 표시하는 등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학생들은 신임 총장 선출 과정이 88년8월 학원 자주화 투쟁 당시 합의한 「학사 일정은 학교·학생·재단 등 3자 합의로 이뤄진다」는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또 신임 민 총장이 ▲유신 시절 안보 이데올로기 창출을 거들었고 ▲선출 과정에서 금품을 돌렸으며 ▲정부 실력자와 동창이어서 외압이 작용했다는 점등을 들어 반대 의사를 명백히 하고 있다.
재단 측은 총장 선임의 배경과 과정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이 없으나 침체된 학교 분위기를 일신하고 각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대외활동 폭이 넓은 민 교수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임 총장 선출 문제를 둘러싼 동국대의 갈등은 재단·교수·학생 3자간에 조속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새로운 분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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