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몰고온 포장마차 철거(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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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포장마차는 일곱식구의 생명줄 이었습니다. 그것을 강제철거당했을 때 애들 아빠는 이미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던 거예요.』
4일 오전 서울 용산 중앙대병원 영안실.
지난해 10월 포장마차를 강제철거당한뒤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한 장준식씨(41)의 초라한 빈소를 지키고 있는 부인 박신옥씨(39)는 눈물조차 메마른 눈으로 넋을 잃고 있었다.
『먹고 살길이 막막했어요. 방세가 밀리자 집주인은 집을 비워달라고 하고 어린 4남매의 교육문제도 난감했죠.』
장씨는 5년전 자신이 경영하던 싱크대 대리점이 부도로 망한뒤 호구지책으로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첫사업 실패에 크게 낙담하면서도 칠순가까운 노모와 어린 남매들을 생각하며 『착하고 성실하면 살길이 열리지 않겠느냐』고 오히려 부인을 위로하던 그였다.
보증금 1백만원에 12만원짜리 월세방에서 일곱식구가 근근이 먹고사는 정도의 벌이였지만 그는 열심히 일했다.
심야영업단속이 심해지면서 몇분지체되었다는 이유로 단속에 걸려 벌금도 수차례 냈다. 『1분만 지체되어도 단속이 들어왔고 엄청난 욕설을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것은 우리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잃지 않으려고 어떤 모욕도 감수했습니다.』
그날도 몇분 지체되어 서둘러 끝내려던 참에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눈깜짝할 사이에 그들의 전재산은 부서지고 구겨진채 어디론가 끌려갔다.
『다시 뭐든지 해야겠는데 생각나는게 포장마차뿐이었어요. 1백만원 빚을 얻어 새 포장마차를 준비했어요. 설날만 지나면 나가려고 했는데….』
그러나 그 악몽을 떨쳐버리지 못한 장씨는 자신이 없었던지 장사시작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가 2일밤 골목길의 2층집 수도관에 목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엄정한 법집행의 도덕성과 정당성 위에 한 서민의 죽음이 오버랩되면서 최근 수서사건을 둘러싼 공권력 행사가 갑자기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양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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