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깜깜한 걸프복구 참여/이석구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걸프전쟁이 곧 끝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전후복구사업 참여방안을 모색중이다. 사업규모가 줄잡아 2천억달러 이상될 것으로 보인다니 과거 중동건설 특수를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군침을 흘릴만도 하다.
그러나 대책을 세우는 정부의 자세가 엉성하기 짝이 없다. 「특수」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걸프전후 경제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정부가 의존하는 자료는 외신뿐이라는 기획원 관계자의 고백은 바로 우리의 위치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를 설명해준다. 전후의 중동지도에 관한 미국과의 정보채널을 갖고 있지 못한듯 하기 때문이다.
5억달러의 전비를 분담하고 의료진과 군수송기까지 파견하고서도 말이다.
정확한 정보가 없다보니 지금까지 나온 걸프전에 관한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전쟁이 끝나가는 상황에 와서야 비로소 전후복구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대책을 세운다고 야단법석이다.
중동 정세파악조사단도 지상전이 개시된 24일에야 겨우 출발했다. 외신은 미국이 이미 쿠웨이트 망명정부가 발주한 1백81개 복구공사(3억5천6백만달러 규모)의 72%를 독차지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프랑스가 사우디아라비아와 계약한 사업도 미국으로 넘어가는 판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걸프전후 복구사업에 관한한 우리가 참여할 여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있다 하겠다.
설계용역등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은 미국이 차지하고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는 것은 노동력이 필요한 하청사업이 고작이다. 그렇지만 이마저 우리의 임금수준이 높아져 경쟁력이 없다.
주무부처인 건설부에서 조차 『해외건설은 종친지 오래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걸프전후 복구사업이라고 해서 이같은 상황이 바뀔리 만무하다. 또 국내적으로 건설 및 자재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다시 중동에 적극 진출해야 하느냐는 회의론도 정부 일각에서 일고 있다.
실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높은분」들은 걸프전후 복구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실무자들만 들볶고 있다.
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지옥에라도 가는게 기업의 생리다. 이윤이 없으면 정부가 하라고해도 하지 않는게 기업이다.
따라서 정부는 보다 정확한 정보를 기업에 전해주고 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 아닌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