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율 보장한 사학법 재개정 서둘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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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회가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재개정 논의를 시작했다지만, 여전히 겉돌고 있다. 논란 많은 사학법으로 인해 우리 정치권은 올해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로 인해 로스쿨법 등 시급한 많은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교육계는 얼마나 어수선한가. 종교계와 한국교총은 연일 재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여야는 빨리 사학법 문제를 마무리짓고 새해를 설계해야 하지 않겠는가.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말 사학 경영을 투명하게 한다며 사학법을 무리하게 개정했다. 그러나 개정 사학법은 심각한 사학 자율 침해 등 위헌 소지가 많은 조항을 다수 포함시켰다. 강제로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고 관선이사 파견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사학을 권력의 손에 넣고 정권의 코드에 맞춰 사학을 뒤흔들겠다는 속셈이란 비판도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도 열린우리당에 두 차례 사학법 재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의 유재건 의원도 위헌 요소들을 인정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집행부가 개정 사학법은 대표적인 개혁입법이라며 재개정을 거부해, 국회는 올해 내내 사학법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최근 열린우리당이 다소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가장 논란 많은 개방형 이사제 대상을 확대하자는 등의 재개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말단지엽적인 문제를 고친 개정안을 내놓았다가 거절당하자, 로스쿨법을 통과시키는 조건 아래 한나라당 안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빅딜'을 통해 사학법으로 막힌 정국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우선 사학법부터 재개정하자는 입장이어서 아직 평행선이다. 양당이 모두 사학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학법은 정치적 흥정거리가 아니다. 국정을 책임지는 정당답게 두 당은 무조건 사학법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고치는 데 적극 나서라. 헌법재판소도 사학들이 개정사학법의 위헌 여부를 물은 헌법소원에 대해 빨리 결론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