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갈린 가채점 결과] "또 재수생 강세" 고3 교실 허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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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6일 수능 표본 채점 결과를 발표하자 일선 고교와 학원가에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고교들은 인문계 소폭 상승이라는 평가원 결과에 대해 "점수 낙폭이 컸다"며 정반대의 가채점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에 비해 학원들은 "재수생들은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수가 상승했다"고 안도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역시 재수생들의 초강세 현상이 재연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남은 수시 2학기 모집에 고3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K고는 이날 자체 실시한 가채점 결과에서 "인문계의 경우 9월 모의고사에 비해 언어 영역은 4~5점 하락, 수리 영역은 2~3점 상승, 과학 영역은 4~5점 하락, 사회.외국어 영역은 비슷했다"고 밝혔다.

또한 자연계의 경우도 ▶언어 영역은 4~5점 하락▶수리.과학.외국어 영역은 비슷▶사회 영역은 3~4점 하락으로 예측했다. 서울 C여고의 경우 3백50점 이상 학생은 인문계가 8명, 자연계는 6명으로 나타나 지난해보다 상위권의 성적은 다소 좋아졌으나 중하위권의 성적 하락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다른 고교에서는 언어 영역과 과학탐구 영역이 의외로 어려워 최고 15점까지 점수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등 평가원의 표본채점 결과가 일치되지 않았다.

서울 Y고의 고3 교사는 "평가원 가채점 결과도 점수 하락으로 나타날 줄 알았는데 빗나갔다"며 "재수생들이 좋은 점수를 받는 현상이 올해도 반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울상이다. 당장 내년부터 수능체제가 '선택형'으로 바뀌는 등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K고 姜모(18)군은 "성적이 안 좋아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를 못가면 재수나 반수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학원가는 재수생들의 성적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모습으로 논술과 면접 준비에 들어갔다.

대성.종로학원 측은 "재수생들이 지난해와 9월 모의고사에 비해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에서 전반적으로 성적이 올라 과감하게 원하는 학과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몇몇 문제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수준이었다"며 평가원 결과에 대해 수긍했다.

고교와 학원이 이처럼 희비가 엇갈렸으나 수능 성적이 좋지 않은 수험생들은 일단 재수를 피하기 위해 복수지원의 기회를 최대한 살려 소나기 지원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몰리는 일부 대학 모집단위에서는 경쟁률이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강홍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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