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설비투자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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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국내 주요 기업의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전체적으론 투자를 올해 수준으로 묶는다는 뜻이다.

산업은행이 12일 발표한 '2007년 설비투자계획'에 따르면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반도체.가전.통신기기 등의 정보기술(IT) 산업의 설비투자는 7.8%나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국내 83개 업종의 3598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들 기업이 2003~2006년 4년 연속 두 자릿수의 설비투자 증가율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내년 투자 전망치는 이례적으로 어두운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IT 산업의 설비투자 급감이다. 제조업 총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7%(2007년 추정)에 달하는 IT 산업의 투자가 줄어드는 바람에 전체 투자 증가율이 낮게 나온 것이다. 전기.통신서비스.건설 등을 모두 포함한 비제조업 설비투자는 4.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건설업은 올해 15.5%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도 3.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내수기업의 경우 올해는 상반기의 호조로 설비투자를 31.4%나 늘렸으나 내년엔 내수 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7.1% 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는 설비투자에서도 확연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올해 12.1% 증가에서 내년 1.7% 감소를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경우 올해 18.2% 증가에서 내년엔 14.8% 감소로 절대적인 투자 규모가 대폭 줄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은행 김양재 팀장은 "기업의 설비투자 둔화는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의 둔화를 가져오며, 장기적으론 성장잠재력 확보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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