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더 타임스 분석 후세인의 전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라크 대규모 선제공격/다국적군 사정권내 유인/사상자 최대한 늘려 반전여론 확산 노려
쿠웨이트 해방을 위한 다국적군의 지상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에 대비한 이라크측의 방어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11일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앞으로 10일간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으로서는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이 기간중 이라크는 다국적군을 이라크 화포의 사정권내로 유인하기 위해 카프지 전투를 훨씬 능가하는 대규모 선제 지상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눈길을 모으고 있다.
더 타임스는 특히 후세인의 입장에서는 더이상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당한 상황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전세는 다국적군쪽에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 명백한 이상 이라크로서는 다국적군이 충분한 지상공격 준비를 갖추기 전에 선제공격에 승부수를 걸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 신문은 다국적군의 지상공격을 앞둔 향후 7∼10일간이 이라크로서는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접경지역에서의 대규모 선제공격으로 다국적군을 이라크 화포의 사정권내로 유인하는데만 성공한다면 전세는 사뭇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후세인의 계산이라고 더 타임스는 지적한다.
이라크 남부와 쿠웨이트에 배치돼 있는 이라크 대포는 3천문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의 폭격으로 6백50문이 파괴돼 못쓰게 됐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이라크는 다국적군측에 비해 화력면에서 3대2의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포는 전시에 가장 살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화학탄을 사용할 경우 그 효과는 훨씬 높다. 따라서 이라크는 사정권내에 들어온 다국적군을 맹포격,다국적군측 사상자수를 여론이 받아들일 수 없는 높은 수준까지 높일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다국적 진영과 미국 국내여론의 분열을 기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라크는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에서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이르기까지 소련군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참호전과 포격전 수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선을 따라 잘 파여진 참호속에서 다국적군의 융단 폭격에도 불구하고 3주이상을 버티며 이른바 「흡수전략」을 구사해온 이라크가 기회가 오면 본격적인 포격전을 전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분석이다.
개전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다국적군의 공중공격이 거둔 성과에 대한 평가가 나라별로,또 전문가별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프랑스는 그동안의 공습으로 공화국수비대 전력의 30∼40%가 손상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영국측은 8개사단에 달하는 공화국수비대중 1개사단의 전력이 50% 정도 손상됐을 뿐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또 미국은 이라크 전차 7백50대,대포 6백50문이 파괴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중 모형이 아닌 진짜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여러가지 분석을 바탕으로 더 타임스는 지상공격에 앞서 이라크의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신문은 『후세인이 카프지 전투의 실수를 다시 반복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라고 모든 사람이 믿는 바로 거기에 다국적군 진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제2의 대규모 카프지전투가 가능한 것은 후세인으로서는 이라크측의 인명피해는 중요한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라크는 2차대전 당시 소련이 엄청난 인명의 대가를 치르면서도 끝까지 방어선을 지킨 역사적 선례를 본받고 있으며,베트남전쟁 전체기간을 통틀어 미군 전사자가 5만8천명인데 비해 이란과의 8년전쟁동안 이라크측 전사자는 50만명 이었다는 사실이 이점을 입증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하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