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초노령연금 선심 쓰듯 해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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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08년부터 60%의 노인에게 월 9만원가량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는 법률이 엊그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저소득 노인 14%에게 월 3만5000~5만원을 지급하는 경로연금제를 크게 늘린 것이다.

현재 노인들은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다.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원 대상을 넓힐 필요는 있다.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나갔다. 초기에 3조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2030년에는 20조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상자를 당초 노인의 20%에서 시작했다가 60%까지 넓혔다. 한나라당이 모든 노인에게 월 13만~3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를 주장하며 국민연금 개혁에 반대하자 중간선에서 타협한 것이다. 정부는 "노인의 60%가 빈곤 상태"라고 하지만 근거가 약하다. 아무리 연금개혁이 중요하다지만 나랏돈을 아껴 쓰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선 부담 능력을 감안해 대상을 극빈층(기초수급자)과 그 위 저소득층까지로 축소해야 한다. 아니면 자식의 부양을 받지 못하는데도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가 못 된 극빈층 노인에게 쓰는 게 맞다. 소득 파악이 제대로 안 돼 엉뚱한 데로 돈이 새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지금도 여러 가지 명목으로 노인들에게 수당이 나간다. 대표적인 게 교통수당인데 연간 6200억원이 들어간다. 이는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엄청난 부담이다. 전철 요금 지원에도 3000억원가량 들어간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신설하고 있는 장수 수당(월 2만~10만원)도 마찬가지다. 기초수급자 생계비도 있다. 기초노령연금 신설은 이런 부분의 정리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도 기획예산처가 "소득지원적 수당을 흡수.조정하도록 노력한다"는 부대결의안을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국회가 거절했다고 한다. 대신 기초연금액을 2030년까지 27만원으로 세 배 올리도록 노력한다는 결의안을 붙였다. 선심 쓰기에는 발 빠르고 나라 살림 걱정은 뒷전인 것이다. 국회는 다음주 법사위나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혁법안은 반드시 처리하되 기초노령연금법안은 심사숙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