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양·동경의 함수관계/북한·일본 수교회담을 주목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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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과 일본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1차 본회담이 30일 평양에서 열린다. 이 회담은 단순히 양자의 관계개선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남북한 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통일,아시아 평화구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남북한을 당사자로 하여 대립관계에 있던 동북아의 복잡한 상황을 협조와 공존의 분위기로 바꾸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데서 북한­일본 접근을 환영하면서 이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북한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시작된 이번 회담의 주요의제는 일본의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이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를 돕기 위한 자금의 규모,공여시기 및 조건을 두고 양측은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게 된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해 왔지만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일본의 경제협력을 통한 관계정상화의 전제로 몇가지 강조할 점이 있다.
첫째는 북한­일본의 접근이 남북한관계의 발전과 균형을 맞추어 안정을 해쳐서는 안되며,둘째는 일본의 경제협력자금이 북한의 군사력 강화에 전용되지 않도록 보장장치가 있어야 하며,셋째는 북한의 국제핵안정협정 가입 등의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자면 대일 접근은 우리의 북방외교성과와 균형을 취하는 한편 남한과 경제적으로 대등한 수준을 이루어 그 체제를 고수하려는데 궁극적 목표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리는 그러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그 결과에 따른 북한체제의 고수와 안정이 구시대의 냉전적 체제의 틀을 지키면서 남북간 공존과 통일의 필요를 덜 느끼게 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이 일본과 경제협력을 모색함에 있어서 서두르지 말기를 우리는 권고하고자 한다. 자본의 속성상 일본 경협자금은 북한을 자기네 시장화하려 들 것이다. 또 북한 경제구조로 보아 한때 남한이 그랬던 것 처럼,사양산업·공해산업을 진출시키고 하청시장화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으로서는 당면의 경제궁핍보다는 장기적인 민족국가의 통일을 생각하고 후손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신중한 고려를 해야 할 것이다.
일본 자본과의 협력경험은 남한이 풍부히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북한 대화를 통해 서로 협력해 가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또 한편으로는 북한의 경제는 남한과 상호보완적으로 발전시킨다면 민족경제의 측면에서 이익이 된다는 점을 인식,대외 경제협력도 좋지만 남북한의 경제협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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