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문화재 훼손 누수가 "주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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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목조문화재 건물파손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와 파손에 따른 누수현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김병호·이용희연구원은 최근 『보존과학연구』제11집에 「목조문화재 파손상태조사」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김연구원 등은 목조문화재인 은해사 백흥암 극악전, 마곡사 대웅보전, 신흥사 대웅전, 영향교 대성전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 화학·생물학적 조사 등 각종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대책까지 함께 묶어 발표했다.
또 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실장 김동현)는 이 같은 점을 중시, 87년부터 기와의 동파 방지 및 강도향상을 위한 연구를 해 목조문화재 보존을 위한 약품개발과 이를 이용한 신제품 기와의 물성실험까지 마쳐 곧 실용화단계에 이를 수 있는 결실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목조문화재 건물을 포함한 목조건물들은 지은 지가 오래될 경우 기와의 노후 등으로 인한 누수가 잦아져 기와교체공사가 필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기와는 최근 제작된 것들로 전통기와와는 달리 연료로 나무를 사용하지 않는데다 강도를 높이기 위해 점토를 많이 사용하면서 프레스작업까지 거쳐 동파에 약해지는 바람에 잦은 누수를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교체기와들은 당초 사용된 기와와 규격이 틀려(KS제품)기와 사이의 맞물림이 불완전해 누수를 측진하는 결과를 빚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동파 및 맞물림부실에 따른 누수로지붕부위에 사용된 목재가 벌레및 균에 의해 부식되고 이 부식현상이 건물 전체로 번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 목조문화재의 기와교체때 지붕밑에 쓰이는 목재로 부식된 목재를 잘게 쪼개 사용하는 예가 많아 이 목재에 서식하던 벌레나 균들이 지붕의 누수 당시 침입한 수분, 기와를 이을때 사용된 흙의 수분과 어우러지면서 번식, 인접 목재 부분에 쉽게 확산돼 부식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교체되는 기와의 동파방지 등 누수원인의 근본적인 치유가 불가피하게 된다.
즉 기와제작과정에서 점토와 사질토의 비율을 재조정하고 흙 성형방법의 개선과 함께 소성온도를 높이기위한 값싼 연료의 개발, 프레스작업의 배제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연구결과에 따라 문화재연구소는 기와보수공사에 적합한 기와개발에 착수, 성공을 거둬 3월께 공표와 함께 실용화작업에 나선다.
즉 기존의 기와규걱에 맞는 기와형을 만드는 동시에 이 기와에 합성수지로 보강처리한 것을 개발한 것.
이 작업은 4년간의 각종 실험과정을 통해 합성수지를 활용한 약품개발과 함께 이 약품으로처리한기와의 기계적인 물성실험까지 완료한 상태다.
연구소측은 이 작업의 마지막 단계인 자연상태에서의 노출실험(폭로시험)을 2월까지 마친뒤 실용화를 추진할 계휙이다.
문화재연구소 김동현 보존과학연구실장은 『김연구원 등의 조사에 기초한 합성수지활용 기와는 목조건물 기와보수작업 및 이에 따른 문화재보존에 획기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다만 이 같은 개발품의 수요가 확대되어야 경제성이 좋아지는 취약점 보완이 현재로서는 극복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실적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즉 기와는 전통방식으로 제작할 경우 최소한 1백∼2백년 동안은 동파·누수의 우려가 없는데다 문화재를 원상대로 보존한다는 문화재보호의 본령에도 층실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기와제작기능보유자를 활용, 어려움을 극복해서라도 옛 모습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야 화학처리된 기와를 이고있어 숨을 쉬지 못하던 건물이 숨을 쉬게 되고 건물 자체도 변형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결국 문화재연구소 측으로서는 이번 신종 기와제작기술개발이라는 성과와 함께 원형보존을 위한 기술을 복원해야한다는 당위성을 올바로 인식해야 하는 계기를 맞게된 셈이다. <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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