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 한 방울 기름이라도 더 캐자"미에 유정 재개발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걸프사태이후 미국전역에 원유를 한 방울이라도 더 캐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지난해8월 걸프사태이전 몇 년간 배럴당13∼15달러에 머물렀던 원유 값이 이후 2O달러대로 진입하면서 비용이 많이 들어 버려 두었던 유정들의 채산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석유생산업자들은 기존의 유정에서 더 많은 기름을 캐내는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현재 이 가운데 대표적 성공케이스로는 캔자스의 애너라코사. 최근 3백만 달러를 투자, 특수 시추공법을 쓴 결과 한 유정에서의 생산량을 하루 70배럴에서 3천8백 배럴로 무려 54배나 늘렸다. 이에 따라 배럴당 유가를 25달러씩만 잡더라도 종전 1백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연간 수입이 3천5백만 달러 규모로 커지게 됐다.
동업자인 셰브런 사도 캘리포니아의 유정개발에 지난해에만 1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노력의 결과로 하루 8천 배럴씩의 원유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영국의 BP사와 아틀랜틱 리치필드사도 특수공법을 이용, 알래스카유전에서 하루 5만 배럴씩을 캐낼 계획. 이들 양 사는 4천2백만 달러를 투업 했지만 생산량이 다섯 배로 늘어나 이를 벌충하고도 남을 것으로 보고있다.
새로운 생산공법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된 것은 걸프사태발생이후다.
그동안의 낮은 유가로는 석유생산에 배럴당 5∼10달러의 비용이상은 쓸 수 없었으며 이에 따라 지난5년 간 미국에서는 10만개 이상의 유정이 매장량의 15%정도만 개발된 채 시멘트로 봉쇄돼 생산이 중단됐다.
그러나 유가2O달러 시대에 진인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미국의 석유전문가들은 20달러 유가에서 미국 내에서만33억 배럴의 원유를 추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또 유가 28달러 선에서는 87억 배럴, 32달러 선에서는 1백6억 배럴의 원유가 추가로 이용가능해질 것이란 계산이다.
생산공법은 회사마다 다양하다.
가장 흔히 쓰이는 것은 물을 주입해 물보다 가벼운 기름을 부근에 새로 뚫은 구멍으로 나오게 하는 전통적 방법이다.
또 증기를 뿜어 넣는다든가 이산화탄소나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보다 새로운 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미생물을 이용해 석유를 추출하는 방법, 「중력배수」로 불리는 고도의 굴착기술을 사용하는 방식 등이 연구대상이다.
이 같은 방식의 사용은 물론 비용이 가장 큰 문제로 앞으로 유가가 어느 선까지 오르느냐가 실용화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석유업자들은 기존의 방식만으로도 상당한 원유를 추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의 원유매장량은 약4천6백억 배럴로 추산되고 있는데 과거의 값싼 방식으로는 이중 15%인 6백90억 배럴밖에는 캐낼 수 없었다.
그러나 유가 20달러 선에서 채산을 맞출 수 있는 물·증기투입 등의 2차 채굴방식을 사용할 경우 추가로 9백10억 배럴의 원유가 생산 가능해진다. 기존방법과 비교하면 가채 매장량이 두 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에 보다 고도화된 개발기술을 사용한다면 또다시5백20억 배럴을 더 사용할 수 있게된다.
결국 미국의 가채 매장량을6백90억 배럴에서 2천1백20억 배럴로 세배이상 늘릴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미국의 대외원유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