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뭇한 승강기 「3초 기다리기」(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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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12개 승강기버튼위에는 『3초만 기다려주십시오』란 문구가 가로 10㎝·세로 2㎝크기로 붙여져 있다.
이 문구를 처음 붙인 것은 지난해 9월18일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가 사석에서 『미국이나 일본을 돌아다녀 보아도 승강기출입문이 닫히기 전에 성급하게 「닫힘」버튼을 누르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사람의 「조급증」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일부 직원들은 『바쁜 마당에 기다릴 틈이 어디 있느냐』고 불평하면서 주위를 아랑곳않고 버튼을 서너번씩 눌러대는가 하면 좀더 고약한 경우는 하루가 멀다하고 문구를 떼어내 버리기 일쑤였다.
이 운동을 주관한 서울고법 관리과장 안성수 서기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치라도 마음의 여유를 넓히자는 이 운동의 취지를 많은 사람이 공감해 직원들은 물론 민원인 변호사들까지 「3초기다리기」는 이제 완전히 정착됐다』고 흐뭇해했다.
19일오전 승강기에서 만난 서울형사지법 종합접수실의 여규태 사무관은 『최근 페르시아만 전쟁으로 범국민적 에너지 절약을 펴고 있는 가운데 전기절감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승강기개폐기를 조작한 경우와 저절로 닫히게 할 경우 각각 7백20W/초,2백40W/초의 전력이 소모돼 승강기가 한번 여닫힐때마다 3배의 전력절약효과를 가져온다는 풀이다.
안서기관은 『1천5백여명의 법원직원이 하루 열번 개폐기를 누르지 않을 경우 하루 3백원의 전기요금이 절약되는 셈』이라며 『전국의 수만대의 승강기에도 이 운동이 확산된다면 엄청난 전력절감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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