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충장로 재래 상가 '불황 벗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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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돈 대신 상품권도 받습니다'.

광주시의 유통중심지로 꼽히는 동구 충장로의 상인들이 최근 백화점.문화.도서.국민관광.농산물.주유(注油) 상품권을 현금처럼 받고 있다.

일반 가게가 상품권을 받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상품권 액면 금액을 그대로 인정한다. 경기 침체에 따른 영업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이다.

충장로 2가에서 의류 대리점을 운영하는 황진호(48)씨는 "요즘 매출액 중 5% 가량이 상품권으로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충장로번영회에 가입한 점포 4백여개 중 현재 '각종 상품권 사용 가능'스티커를 붙인 곳은 주로 1층에 있는 1백10개 점포. 매장이 2층 이상이나 지하에 있는 음식점.노래방.PC방 등은 아직 상품권을 안 받고 있으나 상품권 사용 업소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안상록(41.보세 의류점)충장로번영회 사무국장은 "현금.신용카드 외에 또 하나의 결제수단을 열어 준 셈이어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다"고 말했다. 번영회는 이런 추세라면 내년 한 해 충장로 상가에서 소비할 상품권이 1백억~1백5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인들은 고객에게서 받은 상품권을 스스로 직접 사용하거나 거래처에 물건 값 등으로 치르고 있다.

충장로 상인들의 상품권 수수는 상품권의 사용처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백화점 등에서 반색할 것 같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광주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위조 상품권의 유통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또 "상품권을 많이 받은 상가는 이를 현금화하기위해 '깡'(할인)을 할 것이고 그만큼 상가 수입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이해석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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