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공작이 내는 현란한 色 깃털 속 '멜라닌 봉'의 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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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수컷 공작이 암컷에게 구애하기 위해 펼치는 현란한 꽁지깃의 비밀이 풀렸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 연구팀이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은 최신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푸단대 연구팀은 현란한 색깔을 내는 수컷 공작의 꽁지깃을 전자 현미경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나무 줄기 모양의 깃대에 달려 있는 작은 깃가지들이 갖가지 색깔을 내는 이유가 케라틴 표면에 덮인 아주 작은 멜라닌 봉들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케라틴은 인간의 손톱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물질이며, 멜라닌은 인간의 피부색을 결정하는 색소다. 보통 동물이나 조류가 나타내는 색깔은 털이나 깃털에 있는 색소 때문이다.

하지만 공작의 갖가지 다른 색깔은 멜라닌이 갖고 있는 색소 자체가 내는 것이 아니라 멜라닌이 배열된 구조에 따라 자연광이 반사돼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작은 깃가지 단면을 전자 현미경으로 확대해 살펴봤더니, 이 멜라닌 봉이 배열된 모양과 구조에 따라 자연광 중 반사되는 색이 달랐다. 예를 들면 얼마나 봉들이 붙어 있는지, 얼마나 쌓여 있는지에 따라 어떤 배열은 자연광 중 노란색을 반사해 내고, 다른 배열은 파란색을 반사해 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꽁지 깃털을 무채색 글리세린 용액에 담가 멜라닌 봉 안에 있는 공기 구멍을 메웠다. 멜라닌 봉의 배열 구조를 바꿔 본 것이다.

이렇게 하니 깃털의 색깔이 달라졌다. 푸단대 지엔즈 박사는 "이 같은 현상은 깃털 안의 색소 자체가 색깔을 만들어 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작의 깃털이 색깔을 내는 원리는 투명한 물방울이 자연광 중 특정 색깔을 반사해 무지개를 만들어 내는 원리와 비슷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지엔즈 박사는 "뉴턴이 이미 3백년 전 공작의 깃털이 색깔을 내는 원인이 색소가 아닌 구조에 있다고 주장했다"며 "이번 연구는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해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광학적 원리는 디스플레이장치 등에 산업적으로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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