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은 별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이후 우리 정부가 뼛조각이 나온 쇠고기를 두 차례 돌려보내자 미국 측의 통상압력이 심해지는 모양이다. 마이크 요한슨 미국 농무장관은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금지 조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무 부장관도 "한국이'뼈 없는 살코기'라는 수입 조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며 "가끔 뼛조각이 발견되는 경우 수입이 허용되도록 논의하겠다"고 했다. 미국 의원들과 목축업자들도 한국을 보호주의 국가로 몰아세우고 있다. 실제로 이번 한.미 FTA 5차 협상에서 쇠고기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하니 우려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쇠고기 문제를 FTA와 연계해 위협하는 듯한 미국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쇠고기는 FTA의 의제가 아닌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FTA 협상을 하면서 이참에 갖가지 무역 현안을 해결해 보겠다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더욱이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면서 '뼈를 제외한 살코기를 수입한다'는 것은 한.미 간에 합의한 내용이다. 뼈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광우병을 유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홍콩과 대만도 뼛조각을 문제 삼아 미국산 쇠고기를 돌려보낸 바 있다.

미국은 우리 정부가 규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불만이 있는 모양인데, 어물쩍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미 간에 입장이 바뀌었다면 미국이 규정을 적당히 적용해 가며 수입을 허용하겠는가. 이제 와서 미국이 '뼛조각이 가끔 들어가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다'며 우길 일은 분명 아니다. 미국은 합의 내용을 존중해 주길 바란다.

우리 정부도 FTA 때문에 쇠고기 문제를 수세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혹시 뼛조각이 별문제가 없는 것이라면 별도의 협상을 통해 새로운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 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풀어가는 게 이치에 맞다.